‘아프간 王家’ 되살아날까…자히르 前국왕 이목 집중

  • 입력 2001년 10월 5일 19시 01분


‘침묵의 세월’속에 잊혀져온 자히르 샤 아프가니스탄 전 국왕(사진)에게 다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86세인 자히르 전 국왕이 다시 아프가니스탄 정권의 ‘실세’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가 갖고 있는 ‘상징성’이 누가 정권을 잡든 정통성 확보에 큰 힘이 되기 때문.

그는 지난달 24일 탈레반 정권에 맞서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으로부터 최고지도자역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은 데 이어 4일에는 미국 국무부의 리처드 하스 정책기획국장이 극비리에 로마의 자택으로 그를 찾았다. 하스 국장이 자히르 전 국왕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자히르 전 국왕이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아프가니스탄국회 ‘로야 질가(loya girga)’ 설립에 대해 하스 국장과 논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AP통신은 4일 자히르 전 국왕이 ‘로야 질가’ 창설에 대해 이미 북부동맹과는 합의를 마친 상태이며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도 “그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외 거주 아프가니스탄인들 사이에서 자히르 전 국왕의 지지도도 올라가고 있다. 6일 오전 미국 뉴욕주 퀸스카운티 시가지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평화 연맹, 아프간 커뮤니티 센터 등 12개 미국 내 아프가니스탄 민간단체들이 자히르의 국왕 복귀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자히르 전 국왕은 시사주간 뉴스위크지(8일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돌아가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전직 아프가니스탄 대통령들로 이뤄진 새지도위원회 결성을 검토 중이며 이는 새 정권 창출을 위한 수순이라고 UPI통신이 4일 보도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이 소련에 맞서 이길 수 있도록 적극 도왔지만 필요성이 없어지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아프가니스탄을 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73년 사촌 모하메드 다오드의 쿠데타로 왕권을 박탈당해 이후 로마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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