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州의사당 총기 난사’ 충격

  • 입력 2001년 9월 28일 19시 02분


스위스에서 한 버스 운전사가 교통정책에 불만을 품고 지방의회 회의장을 향해 소총을 난사해 지방의원과 공무원 등 14명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스위스 최악의 총기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약 40만정의 개인 총기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건〓27일 오전 스위스 관광도시 루체른 근처에 있는 추크주 의회 건물에 오렌지색 경찰복 조끼를 입은 프리드리히 라이바허(57)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들어섰다. 26개 주중 하나인 추크주의 인구는 9만2000명. 이날 의회에서는 의원 80명과 7명의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회의장에 들어선 범인은 스위스 군에서 사용하는 소총을 꺼내 천장을 향해 난사한 뒤 자신이 제출한 진정서를 검토해 줄 것을 요구했다. 범인은 이어 의석을 향해 소총을 발사하고 수류탄을 던진 뒤 총을 쏴 자살했다. 주 건설국장과 보건국장 내무국장 등 공무원 3명과 지방의원 11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한스페터 우스터 주지사 등 8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중태다.

▽동기〓의회 건물 옆에서 발견된 범인의 차량 안에는 ‘추크 마피아에 대한 분노의 날’이라는 제목의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 그는 이 유서에서 추크주 정부를 ‘해적’ ‘범죄집단’ 등의 표현을 사용해가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2년 전부터 주정부가 운영하는 버스회사에서 운전사로 일해온 그는 운행시각표에 관해 여러 차례 주의회에 불만을 제기했으나 거듭 묵살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충격〓영세중립국으로 평화를 구가해온 스위스는 이번 사태로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로이엔베르크 대통령은 30일까지 사흘간을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국영 TV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은 안전지대로 인식되던 스위스에서도 끔찍한 총기사고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로이엔베르크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즉시 추크주를 방문하고 수습대책을 논의했다. 추모예배에 참석한 그는 “이번 사건은 스위스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면서 “스위스가 그동안 누린 자유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침통해했다. 스위스 정부는 병역의무를 마친 예비군에게는 소총 소유를 허용해 왔다. 스위스 정부는 개인이 소유한 약 40만정의 총기류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등 관련 대책 수립에 나섰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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