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보트피플 “너무합니다”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48분


호주 입국을 희망하는 난민 438명을 태운 노르웨이 화물선의 처리 문제가 호주와 인도네시아, 노르웨이 3국간의 외교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난민 가운데에는 임신부와 환자, 어린이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난민들은 호주 입국이 거부될 경우 바다로 뛰어들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당사국들의 대응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난민들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스리랑카 출신으로 26일 배를 전세내 인도네시아를 떠나 호주로 향하던 중 배가 침몰해 노르웨이 화물선 ‘탐파’호에 의해 구조됐다. 난민을 태운 탐파호는 호주측에 입항 허가를 신청했지만 최근 급증하는 망명 신청에 부담을 느낀 호주 정부는 28일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난민을 태운 배가 인도네시아에서 출항했고 이들을 노르웨이 선박이 구조했으니 두 나라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호주는 화물선이 호주 영해로 향하자 29일 특수부대 요원들을 화물선에 승선시켜 저지하기도 했다.이에 노르웨이 외무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외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난민을 구조한 것은 호주 당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며 노르웨이 측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당초 인도적인 차원에서 임시 거처와 구호물자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던 인도네시아도 28일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하산 위라유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난민들이 호주로 가길 원하고 있는 만큼 호주측이 알아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당사국이 모두 책임 회피에 급급하자 위기를 느낀 난민들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남쪽 350㎞ 지점의 호주령 크리스마스섬 앞바다에서 호주 정부가 제공한 식량을 거부하고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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