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경찰청장 항명행진 강행…메가와티도 동조

  • 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43분


수로조 비만토로 인도네시아 경찰청장이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직무 정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5일 대통령궁 주변에서 열린 군경 시가행진 행사를 주관하는 등 인도네시아의 항명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비만토로 청장은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대통령궁 인근 메르데카 광장에서 경찰과 군인 5000여명이 참가해 열린 퍼레이드를 사열했다.

전국 30개 지방경찰청에 소속된 경찰들도 비만토로 청장의 지시에 따라 이날 청장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각 지방에서 시가행진을 개최했다.

비만토로 청장의 항명 대열에는 전직 경찰총장 3명을 포함한 경찰 수뇌부와 와히드 대통령이 청장의 직무를 대행시키기 위해 임명한 하에무라 이스마일 신임 경찰청 차장까지 동참하고 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도 4일 “경찰청장 교체는 법령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항명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비만토로 청장을 옹호했다. 경찰의 항명 파동에 메가와티 부통령이 동조하고 나선 것은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는 와히드 대통령의 조기 사임을 유도하기 위한 압박 전술로 풀이된다.

위헌 시비가 일고 있는 대통령 탄핵이 결정될 경우 정국 불안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국민협의회 특별 총회 소집 이전에 와히드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 자진 사임하도록 압력을 넣자는 것.

와히드 대통령으로서는 정권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경찰이 등을 돌린 데다 군부도 자신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비상사태 선포 등 강경책을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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