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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30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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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장 주석이 17일부터 24일까지 안후이(安徽)성을 시찰하는 동안 황산(黃山)에 올라 읊었다는 칠언절구.
“외로운 소나무에 기대 멀리 천도(天都:北京을 뜻함)를 바라보니 연화 시신 두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네. 꿈결에 붓을 들어 기이한 경치 그리는데 햇살이 구름을 뚫고 만리를 붉게 비추네(遙望天都倚客松, 蓮花始信兩飛峰. 且持夢筆書奇景, 日破雲濤萬里紅).”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생존시에는 마오 주석의 시가 이처럼 1면에 게재된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덩샤오핑(鄧小平) 집권 이후 이런 형태의 보도는 없어졌다. 장 주석이 89년 당총서기직에 취임해 사실상 중국 최고 실력자가 된 뒤에도 물론 없었던 일이다. 이 때문에 이번 보도는 장 주석이 총서기직이나 주석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수렴청정하려는 속뜻이 담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 주석은 이 시 앞에 “천하 명산인 황산을 평생 처음 오른 기쁨과 거기에서 바라본 조국 산하의 아름다움을 읊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민일보 1면에 게재된 데에는 뭔가 정치적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상당수 중국 관측통들의 생각이다. 장 주석은 내년에 당총서기직에서, 2002년에는 국가주석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보도는 장 주석이 퇴진하더라도 마오쩌둥, 덩샤오핑처럼 막후 최고 실력자로 남을 수 있도록 카리스마를 부여하려는 뜻에서 나왔다는 해석이 있다. 또 시에 나오는 두 봉우리는 후계자로 유력한 후진타오(胡錦濤) 부주석과 쩡칭훙(曾慶紅) 당 조직부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있다.
장 주석은 국내외 방문시 가끔 선인의 시를 읊거나 즉흥시를 지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미국 방문 때는 송(宋)나라 소동파(蘇東坡)의 “나는 바람을 타고 돌아가고 싶네(我欲乘風歸去)”란 구절을 읊어 퇴진을 시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