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여소야대 파장]부시 보수정책 수정 불가피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39분


제임스 제퍼즈 미국 상원의원의 전격적인 공화당 탈당에 따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그가 집권 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각종 정책에 대한 반대가 더 강력해지고 주요 포스트 인사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민주당의 상원 장악에 따라 국방 교육 환경 에너지 의료 무역 등 공화 민주 양당간에 이견이 심한 분야의 주요 정책이 수정되거나 타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방분야의 경우 부시 대통령이 외교적 마찰을 무릅쓰며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체제의 구축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새 군사위원장이 될 민주당의 칼 레빈 의원은 의회 내에서 MD 체제에 가장 비판적이다. 그는 평소 "북한 이라크 등이 미국을 미사일로 공격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거의 비현실적 이라며 이에 대비해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만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MD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같은 민주당의 반대 때문에 그 추진 속도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 교육 노동 위원회를 이끌게 될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은 부시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과 환자권리장전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현재 하원에 계류중인 내년 예산안에서 교육관련 부분을 증액하는 방안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또 환경보존보다는 석유 석탄 등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알래스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대한 석유탐사 허용은 심의과정에서 백지화될 수도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은퇴하고 싶지만 민주당이 집권할까봐 물러나지 못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 등 고령의 보수적인 대법관들의 은퇴 및 후임자 인선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여소야대 정국이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보수우익 지향의 정책노선에서 중도 노선으로 선회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척 슈머 상원의원은 24일 "지나치게 오른 쪽으로 치우쳤던 부시 행정부가 이제 견제를 받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정치는 보다 온건하게 양당 합의 아래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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