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덩후이 日에 정식 비자신청…日-中 갈등 우려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41분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총통은 15일 타이베이(臺北)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에 정식으로 비자를 신청했다”고 밝히면서 ‘정식 비자 신청은 없었다’고 밝힌 일본 정부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며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10일 일본 대사관 역할을 하는 일본교류협회 타이베이사무소에 여권 등 비자신청 관련 서류를 분명히 제출했다”면서 “심장병 치료차 민간인 신분으로 방문하는 것인 만큼 일본 정부는 비자 발급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타이베이병원에서 일본인 심장병 권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술을 받은 그는 최근 병세가 좋지 않자 그 의사가 근무중인 일본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병원을 방문하고 싶어한다.

일본은 중국이 그의 방일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고민이다. 중국은 그를 ‘하나의 중국’이란 정부의 대만정책에 반하는 ‘대만 독립 옹호자’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이 중국의 반대를 외면하고 방문비자를 내준다면 양국관계가 나빠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무성은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의 비자발급 지시에도 불구하고 비자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정조회장은 “총리 말을 안 듣는 외상과 관방장관은 경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총리는 “일본인 의사가 대만에 건너가 치료하면 되지 않느냐”며 중국 편을 들고 있다.

리 전총통은 지난해 10월 학술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려다 일본측 처지를 고려해 비자신청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그는 “병 치료를 하기 위한 방문인 만큼 비자신청은 철회할 수 없다”며 정면대결 자세를 보였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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