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機 처리전망]"조사후 기체-승무원 반환 원칙"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48분


중국군이 하이난(海南)섬에 비상착륙한 미군 정찰기에 들어가 일부 첨단장비를 떼어낸 것으로 보도되면서 정찰기 조사 문제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측은 이 정찰기가 국제법상 미국의 치외법권이 미치는 곳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허락 없이 중국측이 기내에 들어가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측은 비상착륙 자체가 중국 영토를 침범한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조사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민간 항공기와 달리 군용기의 경우엔 타국 영토에 비상착륙했을 때 적용할 만한 국제법 규정이 없기는 하지만 국제법상 ‘비례의 원칙(Principle of Proportionality)’에 따라 국가안보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고 불시착 등의 비상상황에 처한 경우 조사는 하되 기체와 승무원은 되돌려주는 게 원칙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중국측은 조사는 할 수 있지만 기체와 승무원은 미국에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국가안보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 여부와 비상착륙의 원인에 대한 판단이 중국과 미국간에 서로 다를 수 있어 이 원칙을 적용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어렵다.

또 항공기와 선박의 경우엔 아직 국제법적으로 치외법권 개념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기국주의(旗國主義)’에 따라 공해에서는 어떤 선박도 타국의 관할을 받지 않도록 돼있다. 미국은 1812년 폭풍우로 필라델피아항에 피신한 프랑스 해군 함정에 대해 치외법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해상이 아니더라도 치외법권을 인정하고 있다.

크레이그 퀴그리 미 국방부 대변인은 3일 기국주의와 미 국내법에 근거해 비상착륙한 정찰기에 대한 치외법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공해상에서만 적용되는 기국주의와 미 국내에서만 구속력을 갖는 대법원 판례를 타국에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81년 구소련의 잠수함이 스웨덴 남부 해안에서 좌초했을 때 스웨덴측은 영토 침범을 이유로 잠수함과 승무원을 억류했다가 구소련측의 강력한 항의를 받자 10일 만에 ‘정치적 판단’에 따라 되돌려 준 적이 있다.

항공대 항공우주법학과 신홍균(申弘均) 교수는 “미국이 국내법과 힘을 앞세워 치외법권을 주장하며 기체와 승무원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이견이 많아 법적 해결 가능성이 별로 없다”며 “결국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녕기자>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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