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성과 보도]경제호황-성스캔들 '영욕의 8년'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8시 45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시대가 마침내 저물어 간다.

그는 내년 1월20일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에게 백악관을 물려준 뒤 퇴장한다.

클린턴은 구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냉전이 종식되고 난 뒤인 93년1월 취임해 미국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이끈

첫 번째 대통령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전후세대로선 처음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신세대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의 공과는 역사 속에 어떻게 자리매김할까.뉴욕타임스지는 24일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8년간 미국정치의 밝은 태양이자 음산한 달이었다”는 말로 ‘클린턴 시대’를 정리하는 특별 시리즈를 시작했다. 》

그를 평가하기 위해선 사상 최고의 번영을 이끈 대통령으로서의 눈부신 공적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등으로 얼룩진 허물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월스트리트저널지가 미국인 21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클린턴의 공적으로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42%) △국채감소와 예산흑자(34%) △사회복지개혁(16%) 등이 꼽혔다. 반면 잘못으로는 △르윈스키와의 스캔들과 이에 따른 탄핵위기(46%) △미국에 잘못된 도덕기준 제시(32%) △해외분쟁에 미군개입(16%) 등이 지적됐다.

▼국민 66% "일 잘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는 클린턴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했다고 평가해 상당수의 미국인은 그의 부도덕한 사생활에도 불구하고 경제번영을 이끈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도 25일 “탄핵위기에 처한 것을 제외하면 번영보다 클린턴 시대를 더 잘 규정하는 말은 없다”고 단정했다.

그렇다면 클린턴 대통령은 어떻게 경제적 태평성대를 열 수 있었을까. 경제의 성공 요인을 한마디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그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조언을 받아들여 예산적자 축소정책을 편 것이 주효했다고 입을 모은다. 클린턴 대통령은 92년 12월3일 대통령 당선자 자격으로 그린스펀 의장을 처음 만나 경제운용의 지혜를 구했다.

▼재정적자 해결 강력추천▼

이 자리에서 그린스펀 의장은 당시 연 2900억달러에 이른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를 해결하지 않고는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줄여야 채권시장이 안정되고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약해지며 이는 저금리와 소비증가 및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요지.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맡고 있던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은 “93년 1월7일 클린턴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팀을 소집해 재정적자를 해결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도록 결론을 내렸다”고 회고했다.

이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으로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의 노선에 맞는 것이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향후 5년간 부유계층에 대한 과세를 통해 500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정책을 밀어붙였고 이는 전반적인 경기회복세로 이어지는 성공정책이 됐다.

2000회계연도 미국의 재정흑자는 237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대선에서 공화 민주 양당은 넘치는 예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하버드대의 로버트 라이샤워 교수는 “사상최대의 재정적자가 8년 만에 사상최대의 흑자로 바뀐 것은 엄청난 일”이라며 “경제번영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공이 적어도 40%는 된다”고 평가했다.

▼유일 초강국으로 자리매김▼

클린턴 대통령은 퇴임을 눈앞에 둔 요즘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대표를 불러들여 중동평화협상을 중재하고 북한 방문까지 고려할 만큼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행정명령을 통해 환경 의료분야의 규제조치를 발표하는 등 내치 쪽에서도 여전히 대통령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오히려 공화당이 부시 당선자가 집권하면 클린턴 대통령이 취한 규제 조치의 번복을 검토할 것이라며 물러나는 대통령이 너무 설치는 것을 언짢아 할 정도.

클린턴. 그는 퇴임할 때까지 레임 덕 현상의 고통을 겪지 않은 강력한 대통령으로서 미국인들의 마음 속에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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