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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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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18일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선거인단 투표에서 ‘반란표’가 나올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란표의 우려는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플로리다주에서 25명의 선거인단을 차지하더라도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수에서 불과 1명 많은 271명에 그치기 때문에 제기되고 있는 것.
부시의 ‘백악관 입성’은 271명 전원이 부시를 찍어야 가능하다. 이 중 3명의 이탈자만 나와도 현재 26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부시측의 3명이 고어를 찍으면 부시는 268명, 고어는 270명이 되기 때문.
반란표가 2표만 나와도 269대 269로 동수가 돼 대통령 선출은 하원으로 넘겨진다. 물론 선거인단은 ‘충성파 당원’으로 구성돼 있어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동수가 되더라도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부시가 선출될 확률이 높지만 반란이 일어날 경우 엄청난 파문이 일 것은 분명하다.
선거인단의 반란 가능성은 마리오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가 공개 제기하면서 워싱턴 정가에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민주당의 거물 인사인 쿠오모는 10일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공화당이 플로리다주 선거인단 25명을 차지하는 것으로 이번 선거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쿠오모 전 지사는 “연방 대법원이 고어 후보에게 패배를 안겨준다 해도 부시 후보의 선거인단 가운데 3, 4명이 분노와 혼돈을 느끼고 앨 고어 편에 서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24개 주는 선거인단에 선택 후보를 강요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대 선거에서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선거인단의 반란 사례는 12건에 이른다. 또 플로리다주의 공화당 선거인단 중에는 당파주의에 반발하고 있는 사람이 3, 4명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고어 후보측의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은 “고어 후보는 결코 선거인단을 회유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선거본부의 한 관계자는 “자발적인 반란까지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