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마약거래 미국인에 사형 선고

  • 입력 2000년 11월 26일 18시 24분


베트남 법원이 마약거래 혐의로 체포된 베트남계 미국인에게 사형을 선고,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초래할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선고는 지난주 베트남을 방문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의 인권에 대해 언급한 직후 발생한 일이어서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호치민시 법원은 25일 베트남계 미국인 응웬만쿠옹(일명 부이허우타이)에 대해 마약거래 혐의를 인정해 사형을 선고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재판부는 응웬만쿠옹이 헤로인 1.6㎏을 일본인 마약거래상에게 판매한 혐의가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마약을 소지했거나 거래한 사람들을 강력히 처벌하고 있는 베트남은 현행법상 헤로인 100g 이상 또는 아편 5㎏ 이상을 소지하면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태어나 10세 때인 78년 미국으로 건너간 응웬만쿠옹은 98년 마약거래 혐의로 베트남 경찰에 체포됐으며 벨기에서도 살해 및 마약거래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아왔다.

베트남 경찰은 호치민시에 있는 그의 집을 수색, 아편 1.05㎏과 헤로인 10g을 찾아냈다.응웬만쿠옹에게 헤로인을 판매한 혐의로 붙잡힌 베트남인 응웬티호아는 임신중이라는 이유로 사형이 선고되지 않았다. 또 응웬만쿠옹과 함께 체포된 4명의 베트남 마약거래조직원들에게는 집행유예 12개월에서 9년형까지 선고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베트남 정부는 미국은 물론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상당한 비난을 받게 될 것으로 보여 응웬만쿠옹에 대한 사형이 집행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베트남 법원은 올 4월에도 베트남계 캐나다인 응웬티히엡에게 마약거래 혐의로 사형을 선고해 캐나다와 외교단절 위기까지 겪은 바 있다. 응웬티히엡은 베트남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최초의 서양 국적 사람이다.

베트남은 올 들어 지금까지 마약을 거래하다 적발된 90여명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며 이는 98년 58명, 99년 76명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