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 'e혐오' 판친다…폭력-인종차별 사이트 급증

  • 입력 2000년 11월 22일 18시 40분


인터넷 세계에서 음란 사이트에 이어 ‘혐오 사이트’가 문제되고 있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미국의 유대계 인권단체인 사이먼 비젠털 센터는 최근 ‘디지털 혐오 2001’이란 보고서를 통해 특정 종교, 인종, 주장을 가진 사람에 대한 터무니없는 반감을 조장하는 ‘혐오 사이트’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혐오 사이트는 1995년 조사 때는 1개밖에 없었으나 97년 말에는 600개, 올해 초에는 1400개, 현재는 3000개를 넘는다는 것. 이를 방치할 경우 인간성과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혐오 사이트는 대개 인종차별, 반유대, 반가톨릭, 반이슬람, 반동성애 등을 옹호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 사이트는 혐오대상을 조롱하는 음악을 들려주거나 나치의 상징 로고를 올려놓고 있다. 게다가 혐오대상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소나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는 것. 또한 적극적으로 범죄를 함께 저지를 회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혐오 사이트 가운데는 순진한 사람을 유인하기 위해 사이트 내용을 위장하는 경우도 있다. 한 사이트는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추모하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교묘한 방법으로 인종차별을 합리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백인 우월단체 ‘KKK’ 등 인종차별 단체도 각기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24시간 세계의 네티즌을 향해 반인류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사이먼 비젠털 센터 측은 최근 프랑스 법원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로 하여금 나치 물품을 경매하지 못하도록 결정한 것을 적극 지지하면서 혐오 사이트에 대한 적극적인 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혐오 사이트의 근거지가 되고 있는데 이는 유럽에서는 인터넷상의 몇 가지 내용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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