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표 연장 기각]부시 "역전위기 넘겼다"

  • 입력 2000년 11월 15일 03시 31분


‘백악관으로 가는 길에서 짙은 안개가 걷혔다.’

미국 플로리다주 리온 카운티 순회법원이 14일 오전 주법에 따라 개표 결과 보고 시한을 14일 오후 5시(한국 시간 15일 오전7시)로 확정함에 따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크게 유리한 상황이 됐다. 플로리다주 67개 선거구의 기계식 재검표를 마친 결과 부시 후보가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게 388표(비공식 집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제가 된 팜비치 카운티 등의 수작업은 상대적으로 고어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부시 후보는 자칫하면 역전될 수 있는 위기를 넘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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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후보는 부재자 투표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개표되지 않은 부재자 투표가 최대 수천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해외의 군인 또는 그 가족들이어서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 성향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개표 결과 보고 시한이 연장돼 민주당의 아성인 팜비치 카운티 등에서 전면적으로 수작업 재검표가 실시됐다면 부시 후보측은 수세에 몰릴 게 확실했다. 팜비치 카운티에서만 전체 투표의 불과 1%를 표본 추출해 수작업 개표한 결과 19표나 고어 후보가 추가로 얻은 것으로 나타난 이상 수백표 정도는 쉽게 뒤집어 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보고 시한이 연장됐다면 플로리다주내 최대 카운티로 역시 민주당의 아성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도 전면 수작업 재검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컸었다. 결국 부시 후보는 법원의 이번 판결로 2개의 커다란 장애물을 한꺼번에 넘은 셈이다.

반면 고어 후보는 이번 결정으로 결정적 수세에 몰리게 됐다. 팜비치(유효표 42만5000표)와 마이애미데이드(60만7000여표)의 수작업 재검표가 무산됨에 따라 부재자 투표 개표를 기다릴 수밖에 없으나 승산이 희박하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기 때문이다.

고어 후보측은 법원이 보고 시한을 연장하지 않은데 불복, 항소를 하거나 팜비치 선거구의 투표용지 문제 등 민주당 유권자들에 의해 제기된 각종 소송에 희망을 걸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면 ‘지루한 개표 공방’에 지친 미국인들의 지지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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