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라다 탄핵 압박가속 …4일 수만명 군중집회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54분


도박업자로부터 거액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조지프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을 향한 올가미가 점점 조여지고 있다.

4일 수도 마닐라에서는 수만명이 참가한 군중집회가 열렸다. 필리핀의 정신적 지도자 하이메 신 추기경이 주도한 이날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86년 ‘피플 파워’의 상징인 노란색 옷차림 대신 ‘부패 없는 깨끗한 정권’을 요구한다는 뜻에서 흰색 옷을 입고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시위에는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과 야당 연합전선을 이끄는 글로리아 아로요 현 부통령도 참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여기다 이날까지 적어도 50명 이상의 상하원 의원들이 집권 연정을 이탈,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하원에서는 전체 의원 218명 가운데 마누엘 빌라르 의장을 포함, 104명이 대통령 탄핵안을 지지한다고 밝혀 탄핵안의 하원 통과가 확실시된다.

하원 탄핵안은 6일 법사위를 통과하면 13일 전체회의로 넘겨지는데 전체 의석의 3분의 1인 73명 이상이 탄핵안을 지지하면 상원에 회부된다.

상원에서는 전체 의원 24명 가운데 3분의 2인 16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확정된다. 상원에서도 프랭클린 드릴런 의장과 안나 도미니크 코세텡 등 의원 3명이 4일 집권 연정을 떠났다. 하지만 아직도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집권 연정이 상원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탄핵안이 부결 또는 연기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불법 도박을 묵인한 대가로 도박업자들로부터 1100만달러 가량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대통령의 수뢰 의혹으로 인한 정치 위기는 필리핀 최악의 경제난으로 이어져 페소화 가치를 달러당 50페소가 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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