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에어라인 안전신화 무너지다

  • 입력 2000년 11월 1일 18시 48분


‘8년 계속 세계 최고 항공사 선정, 28년간 무사고 안전운항.’세계 최고의 서비스와 안전운항으로 평가받아 온 싱가포르항공의 28년간 무사고 안전신화가 허무하게 깨졌다.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탑승한 싱가포르항공 소속 보잉 747 여객기가 지난달 31일 밤 악천후 속에 대만 타이베이 국제공항을 이륙하던 중 폭발해 77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무너진 안전신화〓싱가포르항공은 세계 제1의 안전기록과 세계 제1의 서비스, 그리고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항공사로 부러움을 사왔다. 권위 있는 항공잡지인 ‘콘드 내스트 트래블러’의 독자투표에서도 지난 8년 동안 연속 최고항공사로 뽑혔다.

싱가포르 항공은 1972년 10월 보유 항공기 10대에 직원 6000명, 18개국 22개 도시에 걸친 운항망으로 발족했지만 오늘날 40여개국 90여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대다수 아시아 항공사들이 97년 아시아경제위기로 심한 타격을 입고 지금도 유가 폭등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싱가포르항공사만은 고수익 행진을 계속해왔다. 2000회계연도 운항수입은 23억 싱가포르달러(약 2조5760억원)고 이익은 14억6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조6340억원)를 기록했다.

이같은 기록이 가능했던 것은 이 항공사가 안전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 보유 기종 자체도 6년 미만의 최신형뿐이다. 이미 보잉 747기와 에어버스 슈퍼점보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항공사지만 최근 슈퍼점보기 25대를 추가로 도입키로 했다.

특히 싱가포르 항공은 안전 못지 않게 서비스 향상에도 주력해왔다. 그 결과 싱가포르 전통복장 차림의 스튜어디스인 ‘싱가포르 여자들’은 친절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국제선 승객들에게 세계 처음으로 공짜 술을 제공했고 기내에 영화관람과 전자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날 사고가 나자 싱가포르 에어라인의 주가는 4.5%나 급락해 16.80달러(약 1만750원)로 떨어졌다.

▽사고원인〓대만경찰측의 ‘악천후 추락설’과 싱가포르 항공사의 ‘이륙 중 물체충돌설’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현지 경찰들은 “사고 시간대에는 태풍이 불고 있던 때”라며 “강한 돌풍이 이륙한 여객기를 추락시켰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싱가포르항공측은 “조종사에 따르면 이륙 중 정체불명의 물체와 부딪쳤다”고 밝혔다. 항공사측은 또 사고비행기가 97년 제작된 것으로 9월 항공정비를 마쳐 기계 결함일 가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

CNN방송은 이날 사고기가 공사중인 활주로 구간에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콘크리트 등 물체와 충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구조승객 중 일부도 “여객기가 이륙을 하던 중 ‘쾅’하는 충돌 소리가 들렸다”라며 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했다.구조대는 1일 추락 여객기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를 모두 수거해 해독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사고원인은 머지 않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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