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電거인' 소니 변신중…밀레니엄 전략 본격가동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7시 13분


도쿄 시나가와에 있는 소니의 박물관. 전시된 제품에는 하나같이 ‘세계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세계 전자산업의 역사가 바로 소니’라는 자부심이 저절로 느껴진다. ‘가전 거인’ 소니는 그러나 최근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인터넷과 세계화 그리고 환경기업을 모토로 한 ‘밀레니엄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인터넷 없이 살 수 없다〓일본의 금융전문가들은 “기존 대기업 가운데 미래가 네트워크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기업은 소니뿐”이라고 단언한다.

소니는 최근 e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인터넷 사업에 가속을 내고 있다. 세븐일레븐 등 일본내 8개 회사들과 공동설립한 ‘세븐드림닷컴(7dream.com)’은 전자상거래 시장 진입의 신호탄.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 역시 단순한 오락기계의 차원을 넘어선 ‘네트워크’ 기기다. DVD롬을 재생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 없이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 소니 관계자들은 ‘플레이스테이션2’가 가전제품의 네트워크화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플레이스테이션2’ 사업과 관련해 광범위한 인터넷 기업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소니는 GM과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는 자동차 개발을 위해 제휴를 추진중이며 2001년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온라인뱅킹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철저한 세계화〓소니의 히트상품은 거의 외국시장에서 성공한 뒤 일본으로 들어왔다. 타계한 모리타 회장이 미국에서 직접 소매점을 돌며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판 일화는 널리 알려진 일. 도쿄 소니 본사에 근무하는 간부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근무지시는 미국 파견근무. 미국 현지인에게 대부분의 중책을 맡기기 때문에 일본에서 파견된 본사직원은 한직으로 떠돌기 일쑤이기 때문.

소니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현지인을 최고경영진으로 발탁함은 물론 현지의 근로관행을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소니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환경도 중요하다〓소니는 21세기를 ‘환경의 시대’로 믿고 있다. 소니측 관계자는 “환경보호에 무관심한 기업은 결국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실에선 현재 실용화됐거나 실용화 직전에 있는 환경기술을 별도로 소개하고 있다. 음료공장에서 나오는 오렌지 껍질을 이용해 스티로폼을 녹여 재생하는 기술이나 비디오 카세트 케이스를 이용해 물을 정화하는 기술까지 있다.

<도쿄〓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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