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이날 오후2시 도서전시장에 나타나자 기다리고 있던 수십명의 사진기자들이 그를 에어싸고 일제히 플래시를 터뜨렸다. 한참이 지나고 사회자가 “제발 자리에 앉아달라”고 수차례 간곡히 요청하고 나서야 가오싱젠은 겨우 연단에 오를 수 있었다.
첫 질문은 그의 작품세계에 관한 것이었다.
―당신의 문학은 대단히 연극적이다. 왜 그런가.
“문학은 연극의 극적인 장면을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래야 주제도 강렬해진다. 내가 소설에 극적 요소를 도입한 것은 중국의 불행한 현대사 때문이다. 20세기 중국은 일본의 침략을 받았고 중국인들은 이에 저항했다. 그건 극적인 삶이고 극적인 역사다. 나 역시 문학을 통해 저항해왔고 저항문학은 연극적일 수 밖에 없다.”
―당신의 연극이 부조리한 이유는.
“그것도 중국의 역사에서 찾아야 한다. 중국 현대사는 테러 공포로 점철돼 있다. 그것이 부조리다. 연극을 통해 중국의 부조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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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문화대혁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악몽이다. 광기이고 테러다. 나의 문학은 이런 광기와 테러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 국한하지 않고 인류 보편적 주제를 제시하고자 했다. 고통 눈물 사랑 같은 것 말이다.”
―중국으로 돌아가서 살 생각은 없는가.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
이 대목에서 그는 특히 단호했다.
―중국이 당신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비난했는데….
“코미디 같은 짓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답변은 단정적으로 변해갔다.
―중국이 어떠한 길을 갈 것으로 보는가.
“중국은 모든 것이다.”
이 대담을 마지막으로 만남의 시간은 끝났다. 그러나 ‘중국은 모든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놓고 사람들은 수런거렸다. 중국엔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것인지, 중국이 세계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패권주의적 발상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