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가오싱젠 "내 문학은 中역사의 광기에 대한 탐구"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8시 47분


올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 출신의 망명작가 가오싱젠(高行健·60·프랑스 국적)이 18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석해 세계 각국의 출판 언론인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가 이날 오후2시 도서전시장에 나타나자 기다리고 있던 수십명의 사진기자들이 그를 에어싸고 일제히 플래시를 터뜨렸다. 한참이 지나고 사회자가 “제발 자리에 앉아달라”고 수차례 간곡히 요청하고 나서야 가오싱젠은 겨우 연단에 오를 수 있었다.

첫 질문은 그의 작품세계에 관한 것이었다.

―당신의 문학은 대단히 연극적이다. 왜 그런가.

“문학은 연극의 극적인 장면을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래야 주제도 강렬해진다. 내가 소설에 극적 요소를 도입한 것은 중국의 불행한 현대사 때문이다. 20세기 중국은 일본의 침략을 받았고 중국인들은 이에 저항했다. 그건 극적인 삶이고 극적인 역사다. 나 역시 문학을 통해 저항해왔고 저항문학은 연극적일 수 밖에 없다.”

―당신의 연극이 부조리한 이유는.

“그것도 중국의 역사에서 찾아야 한다. 중국 현대사는 테러 공포로 점철돼 있다. 그것이 부조리다. 연극을 통해 중국의 부조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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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문화대혁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악몽이다. 광기이고 테러다. 나의 문학은 이런 광기와 테러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 국한하지 않고 인류 보편적 주제를 제시하고자 했다. 고통 눈물 사랑 같은 것 말이다.”

―중국으로 돌아가서 살 생각은 없는가.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

이 대목에서 그는 특히 단호했다.

―중국이 당신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비난했는데….

“코미디 같은 짓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답변은 단정적으로 변해갔다.

―중국이 어떠한 길을 갈 것으로 보는가.

“중국은 모든 것이다.”

이 대담을 마지막으로 만남의 시간은 끝났다. 그러나 ‘중국은 모든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놓고 사람들은 수런거렸다. 중국엔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것인지, 중국이 세계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패권주의적 발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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