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자원…알제리는 기회의 땅"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8시 41분


《알제리의 수도 알제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 가운데는 한국산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대우자동차는 서울 거리에서보다 찾기가 쉽다. 대우 현대 기아 등 한국 자동차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알제리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기업이 이미 성공적으로 진출한 데다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알제리 정부가 한국의 추가진출을 고대하고 있기 때문에 알제리는 한국경제에 ‘황금의 땅’이 될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최근 알제를 방문해 취재한 알제리의 상황과 한국기업의 진출 가능성을 소개한다.》

▼장관들이 말하는 '투자환경'▼

무라드 메델시 알제리 상무장관은 알제리의 지리적 장점과 풍부한 인적 자연자원을 외국기업이 진출해야 하는 주요요인으로 꼽았다.

아프리카 북부 마그레브 지역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데다 유럽(스페인 이탈리아)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면 닿는 유럽과 아프리카의 길목이고 석유 가스 등 풍부한 자연자원의 대부분이 아직도 개발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델시 장관은 특히 알제리가 내년말을 목표로 유럽연합(EU)과 제휴협정(Association Agreement) 체결을 추진중이어서 한국의 알제리 진출은 장차 유럽시장으로 쉽게 가는 훌륭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휴협정이 체결되면 EU와 알제리 사이에 공산품과 농산물 등의 자유이동이 단계적으로 실현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한국기업이 진출하면 자동적으로 무관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

한―알제리 친선위원회 위원장인 야히아 나제프 교통부 차관은 이미 성공적으로 알제리 시장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를 예로 들며 한국이 여러 면에서 어느 나라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알제리인들도 자동차를 살 때는 가격 편리성 안전성 등을 꼼꼼히 살피기 때문에 일단 심사숙고 끝에 한국자동차를 구입한 사람들은 비교적 쉽게 한국의 다른 제품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나제프 위원장은 알제리는 소비 성향에서는 아프리카라기보다는 유럽으로 보아야 한다며 한국기업은 알제리가 소비 상품의 65%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제리의 민영화를 주도하고 있는 하미드 텔마르 개혁참여 및 조정장관은 EU가 95년 바르셀로나 선언에 따라 12개 지중해 연안국과 제휴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 알제리는 인근 모로코나 튀니지보다 훨씬 큰 시장을 가진 가장 잠재력이 있는 국가라고 자부했다.

알제리 지도자들은 한국기업의 진출과 투자를 이구동성으로 환영하면서도 현재의 심각한 무역역조를 거론하는 것을 잊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교역균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양국간에 문제가 될 소지도 보였다.

외국기업인이 우려하고 있는 치안상황에 대해 알제리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테러는 산간오지에서 드물게 발생할 뿐 도시지역에서는 사라진 ‘과거사’가 됐다고 강조했다.

하원 외교분과 위원장인 압델하미드 시 아피프 의원은 “94년부터 98년까지는 혼돈의 시기였다”고 시인하면서 “그러나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국민화합법에 따라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됐고 현재는 10명 단위의 소규모 테러리스트들이 오지에서 활동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국공관이 말하는 시장환경▼

“한국산 자동차가 지난해 알제리 신차 시장의 70%를 점유했습니다. 대우자동차만 무려 2만여대가 팔렸습니다. 일본 등 경쟁국이 아직은 관심이 적은데다 자동차로 대표되는 한국 상품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알제리 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최흥식(崔興植)주알제리 대사는 알제 시내를 누비는 한국 자동차의 물결을 가리키며 아프리카 3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자원부국 알제리가 한국 기업에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동안 알제리의 불안한 국내 상황이 외국 기업의 진출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현재는 대부분 해소된 상황이기 때문에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 큰 이익을 얻으려는’ 기업에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최대사는 알제리가 한국을 기술과 경험을 가진 경제 선진국으로 평가하며 모델로 삼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 한국 기업이 다른 나라 기업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알제리와의 교역에서 98년에 1억3000만달러, 99년에 1억7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교역 환경도 유리하다. 알제리는 특히 한국의 투자와 석유 가스 등 자원 개발, 민영화 참여 등을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밖에도 한국 기업이 진출할 만한 유망한 분야가 많다.

주알제리 대사관과 무역관은 자동차 부품과 타이어 자가발전기 선박수리부품 위성수신안테나 낚시용품 재봉틀 농기계 등이 유망 품목이라고 꼽고 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자가발전기가 많이 필요하고 위성수신안테나는 알제리가 전세계 시장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주알제리 한국대사관 213―2―693620, 주한알제리대사관 02―794―5034/5

<방형남기자>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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