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주인 누가 될까" 브로드웨이서 모의 투표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37분


‘백악관의 새 주인’은 누가 될까.

민주당 앨 고어후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후보가 경쟁 중인 미국 대통령 선거는 11월7일 실시되지만 뉴욕의 브로드웨이 극장에서는 빠르면 이달말경 모의투표 결과를 알 수 있다.

미국의 정치 현실을 다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연극 ‘고어 비달의 베스트 맨(Gore Vidal’s The Best Man)’을 공연하는 버지니아극장은 11일부터 로비에 투표소를 마련해 공연 전과 휴식시간에 관람객을 대상으로 2주간 일정으로 모의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모의투표는 대통령 선거와 클린턴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여사와 공화당 뤽 라지오 후보가 경합 중인 뉴욕주 연방상원의원 선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브로드웨이에서는 이번 투표를 갈수록 손님이 떨어지는 작품을 되살리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지만 어쨌든 흥미로운 일이다.

60년 초연된 극작가 고어 비달의 작품을 40년만에 리바이벌한 것으로 할리우드 스타는 물론 저명 인사들이 잇따라 관람했다. 부부 영화배우인 폴 뉴먼―조안 우드워드, 팀 로빈스―수잔 서랜든과 TV 시리즈 ‘Sex and the City’의 사라 제시카 파커 등이 다녀갔다. 뉴스 앵커로 유명한 월터 크롱카이트와 피터 제닝스도 지난달 이 공연을 지켜봤다. 정확한 참석 경위는 알려지지 않지만 ‘고어’라는 이름이 친숙할 수 밖에 없는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딸 카레나가 개막 공연과 파티에 참석한 것도 흥미롭다.

3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제목 ‘베스트 맨’은 상징적이다. 음침하면서 타고난 정치가인 상원의원 조셉 캔트웰과 인간적이지만 바람기가 많은 장관 윌리엄 러셀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캔트웰은 러셀의 신경쇠약 병력(病歷)을, 러셀은 구린내가 많은 켄트웰의 배경을 집요하게 공격한다. 러셀역을 맡은 멜빈 더글러스는 그해 토니상에서 최우수 배우상을 받았다.

“정치는 시류에 맞춰 더 엔터테인먼트화하고, 엔터테인먼트는 더 정치적이 됐다”는 연출자 에단 맥스위니의 말은 닮아가는 미국 정치와 엔터테인먼트의 현재를 보여준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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