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거지에게 돈주지 말라＂ 英 범국민캠페인

‘제발 거지에게 돈을 주지 마세요.’

조만간 영국 독자들은 이런 문구가 씌어진 신문광고를 자주 접하게 될 것 같다.

영국 정부가 연말 성탄절까지 25만파운드(약 5억원)를 들여 거지에게 현금을 주지 말 것을 당부하는 범국민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기 때문이다.

거리의 노숙자들이 약물과 알코올 남용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일단 돈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돈이 없으면 노숙자들은 보호소로 들어가 생활할 수밖에 없고 결국 거리 환경은 물론 노숙자 자신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주무부처인 환경―교통―지역부는 “캠페인은 노숙자들이 거리에서 잠을 자지말고 보호소로 들어가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거지들의 현찰 요구를 거절하라고 지시하기보다는 담요나 의류 등을 대신 주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처의 한 관리는 “노숙자들 가운데는 약물복용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구걸하는 사람도 많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2002년까지 노숙자를 현재의 1200여명에서 400명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구상에 반론도 적지 않다. 다른 날도 아닌 성탄절을 앞두고 자선행위를 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정부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가며 펼치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인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