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를 달린다]러 하산역 북한行 열차 들락날락

  • 입력 2000년 9월 3일 19시 08분


하산역. 러시아 땅 맨끝의 작은 국경역이지만 두만강 철교를 건너 북한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새벽에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남서쪽으로 난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하산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200㎞ 떨어졌지만 비포장도로가 많아 차는 속력을 내지 못했다. 4시간을 달려 크라스노키노에 도착하자 갈래 길이 나왔다. 오른쪽은 중국의 훈춘, 왼쪽이 하산 가는 길이었다. 검문소가 늘어나 국경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산역은 외국인 출입금지 구역. 역앞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 들자 국경경비대 제복을 입은 여군이 다가와 제지했다.

지난해 10월 이곳을 통해 북한으로 가던 기차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 일부 한국 언론이 핵물질 밀반입이라고 보도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으나 측정기 고장 탓으로 밝혀졌다. 남북한의 첨예한 대립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하산역은 한산했다. 안내인은 가끔 북한으로 3, 4량짜리 객차와 화물차가 다닌다고 설명했다.

두만강철교가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국경이 만나는 곳이어서 3국의 국경 초소가 모두 보였다. 철교 끝에 어렴풋이 북한의 두만강역이 보였다.

두만강은 생각보다 폭이 좁고 수심도 얕아 보이는데다 중간에 작은 삼각주까지 있어 마음만 먹으면 쉽게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다. 강 너머 야산 밑에 있는 북한의 기와집과 논밭은 70년대 한국의 농촌 모습과 흡사했다.

웃통을 벗은 북한 병사로 보이는 남자들이 강 중간까지 나와 투망으로 고기를 잡고있었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손에 잡힐 것처럼 들렸다.

부산을 출발한 기차가 두만강을 건너 시베리아로 내처 달릴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아쉽게 북한땅과 헤어졌다.

<블라디보스토크〓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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