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산업·무역수지-물가 "총체적 악재"

  • 입력 2000년 8월 31일 16시 49분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산업과 무역수지, 물가에 총체적인 악재로 작용한다. 가뜩이나 실물경기와 물가동향이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충격이다.

한편으론 우리 경제가 '에너지 다소비형 체제'로 국제유가 추이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약점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업계의 비명〓아시아나항공은 올해초 상반기 경상이익을 2000억원 이상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결산해본 실적은 650억원에 그쳤다. 주범은 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추가부담.

항공업계에서는 원유가격이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드는 추가비용을 300억원으로 잡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에만 유가부담이 1000억원 이상 늘었다"면서 "그러나 항공요금은 올들어 한번도 올리지 못해 고스란히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80년대 2차 오일쇼크 당시 내수판매가 45%나 감소한 악몽을 상기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올해 선박연료의 예상 가격을 배럴당 최대 25달러로 잡았던 해운업계도 수백억원의 연료비를 더 물고 있는 상황. 한진해운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료비는 톤당 6달러가 더 든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12월 결산법인들의 총 에너지 관련비용은 2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평균유가를 27달러로 봤을 때 전산업의 생산비용은 3.73% 늘어난다는 것.

▽무역수지와 물가 불안〓고유가는 올해 무역수지 목표에 최대 장애물. 7월까지 원유도입액은 140억달러로 작년보다 100% 이상 증가했다. 올해초 연간 원유도입액을 202억달러선으로 예상했던 정부는 6월에 이를 234억달러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또 한차례 수정해야 할 상황. 산자부는 올해 평균 도입단가를 연초 21.5달러에서 25달러로 높여잡았다.

원유가격이 1달러 오르면 무역수지는 10억달러 악화된다. 지금처럼 배럴당 30달러를 바라보는 상황에서는 연간 50억달러의 적자요인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고유가는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배럴당 1달러 오를 때 전체 소비자물가를 0.17%포인트 끌어올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유가격 상승 등으로 올 상반기 수입물가(원화기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4% 상승, 98년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제2차 오일쇼크(81년) 이후 가장 상승률이 높다.

▽에너지 고소비 체제〓우리나라는 기름 한방울 안나면서도 에너지 다소비형 국가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우리보다 소득이 3배나 되는 일본 수준에 근접한 상태. 국내총생산(GDP) 1단위를 증가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 즉 에너지탄성치는 세계 상위권이다.

최근 정부 주도의 에너지 절약 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과거처럼 고유가 때만 반짝하고 마는 즉흥적 정책의 반복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79년 이후 석유사업기금과 에너지특별회계자금을 거둬 오면서도 이를 재정적자를 메우는데 사용하느라 대체 에너지 개발과 산업시설의 에너지관련 투자 등에 소홀했다. 그 '댓가'를 이제와서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