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에어機 추락143명 전원 사망…한국인 탑승 안해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45분


‘걸프에어’ 소속 A320 에어버스 여객기가 2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바레인의 마나마 인근 걸프만에 추락해 승객 135명과 승무원 8명 등 탑승자 143명이 모두 숨졌다.

숨진 승객의 국적은 이집트(63명)를 비롯해 바레인(34명) 사우디 아라비아(12명) 등 13개국. 한때 한국인이 1명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 결과 한국인은 없었다.

이집트 카이로를 떠나 바레인으로 향하던 사고기는 이륙 3시간 뒤인 이날 새벽 1시반경 목적지인 바레인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북쪽으로 6㎞ 가량 떨어진 해역에 추락했다.

▽현지 표정〓바레인 정부는 현지 주둔 미국 5함대의 지원 아래 헬기와 선박 등을 이용해 바로 시신 수습에 나서 24일 143구를 모두 인양했다. 사고해역의 수심이 10m에 불과해 시신인양 작업이 빨리 끝났다고 구조당국은 밝혔다.

마나마 공항과 카이로 공항 대합실에 몰려든 탑승자의 친지들은 믿어지지 않는 소식에 눈물바다를 이뤘다. 일부 유족들은 항공당국과 정부에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하마드 바레인 국왕은 사고대책반을 구성해 사후수습에 나서는 한편 24일부터 사흘간을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사고 원인〓바레인 공보부는 “사고기가 공항에서 약 6㎞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하강하다 2개의 엔진 중 1개에서 화염이 발생했다”며 엔진 고장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바레인 공항 관제사는 “사고기가 활주로 상공을 2차례나 선회한 뒤 3번째 착륙 도중 바다에 추락했다”면서 “추락 전까지 이상징후는 물론 화염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들도 “사고기가 3번째 착륙을 시도할 때 한 건물과 스칠 듯이 낮게 비행했다”면서 “엔진 소리가 다소 이상했지만 추락 전까지 화염을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에 대한 진술이 엇갈려 블랙박스를 조사해야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를 수거했다.

▽사고기〓사고기인 A320기는 에어버스사가 1988년부터 생산한 기종으로 15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주로 중단거리 노선에 사용되고 있다. 올 1월 아프리카 서부의 코트디부아르에서 A320기가 이륙 직후 대서양에 추락해 169명이 숨지기도 했다. 사고기와 같은 기종의 비행기 사고는 12년간 모두 12건이 일어났으며 희생자는 1400여명. 걸프에어는 바레인 오만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4국이 합작해 만든 항공사로 현재 53개 도시를 취항하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