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제 깨어난다"…떠났던 청년실업가 'U턴'행렬

  • 입력 2000년 8월 23일 18시 41분


미국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한 그레구아르 장티(27)는 파리에 본사를 둔 인터넷 전자상거래회사의 사장이다. 1990년대 중반 많은 프랑스 젊은이들은 ‘프랑스에는 희망이 없다’며 영국 런던과 미국 실리콘 밸리로 발길을 돌렸다. 그도 고국을 떠나는 ‘엑소더스(대탈출) 대열’에 합류했다가 2년 전 귀국, 회사를 창업했던 것.

지금 프랑스에는 장티처럼 미국과 영국에서 신경제 경영기법을 익힌 청년사업가들의 ‘U턴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의 귀국은 프랑스의 경제호황과 기업환경 변화 때문.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프랑스는 몇 년 전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기업을 하기 어려운 나라였다. 행정 절차가 복잡해 창업 절차를 밟는 데만 석달 이상이 걸린다. 또 기업가들은 근로자들의 사회보장비용으로 근로자 급여만큼을 정부에 바쳐야 했다. 게다가 노조의 시위와 파업이 끊이지 않고 각종 규제 등으로 중소 민간기업이 뿌리를 내리기 어려웠다. 96년 프랑스의 한 경제잡지는 ‘프랑스는 실패한 나라인가’란 커버스토리를 실을 정도.

그러나 최근 르피가로는 1면 머리기사로 프랑스의 경제호황을 다루면서 ‘호시절 만난 프랑스 기업들’이란 제목을 붙였다. 르피가로는 프랑스 주요기업의 상반기 매출액 신장률이 지난해 3∼4%에서 올해 6∼10%로 대폭 늘어났다고 전했다.

음반유통업체인 프낙의 상반기 매출액 신장률은 무려 18.3%에 달했으며 고급사치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LVMH의 상반기 매출액도 40%나 뛰었다.

경제전문가들은 유로의 지속적인 약세에 따른 수출증가와 국내 소비증가 등 외형적인 변수보다는 정부 경제정책의 변화를 경제 호황의 근본적인 동인으로 꼽는다.

99년 1월 유로 도입 후 프랑스의 긴축예산 정책은 사실상 브뤼셀의 유럽연합(EU)본부에서 감독하고 있으며 저인플레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이 관장하고 있다.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97년 6월 집권한 이후 에어프랑스와 프랑스텔레콤 아에로스파시알 마트라 등 주요 공기업을 부분 매각했고 통신 전기부문의 규제도 완화했다.

또 좌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스톡옵션 제도를 지난해말 합법화했으며 불법으로 돼있는 사설 연금기금운영도 ‘근로자의 저축계획’이란 이름을 붙여 허용할 계획.

프랑스 경제학자 엘리 코엔은 “정부가 말로는 프랑스의 문화적 예외와 사회주의 전통 보존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세계화의 요구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프랑스 무역흑자는 유가 인상의 여파로 지난해에 비해 400억프랑(약 6조4000억원) 정도 줄어들 전망. 하지만 ‘프랑스 경제는 장밋빛’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많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