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유자산 횡령혐의 언론재벌 구신스키 석방

  • 입력 2000년 6월 18일 20시 01분


13일 체포됐던 러시아 재벌총수이자 최대 언론그룹 소유주인 블라디미르 구신스키가 16일 석방됐다. 러시아 검찰은 구신스키가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계속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9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TV 민영화 과정에서 국유자산 1000만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구신스키를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구신스키 소유의 미디어-모스트 그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부와 불편한 관계였기 때문에 국내외 관측통들은 정치적 탄압으로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푸틴 집권 후 언론자유가 두드러지게 위축됐다”고 비난했으며 러시아의 언론계와 재계, 우파 자유주의 성향의 지식인도 구신스키를 옹호했다.

NTV와 ‘에호 모스크바’ 라디오, 일간 ‘세보드냐’ 등 미디어-모스트 계열 언론사는 구신스키가 구속된 이후 푸틴 정부를 집중 공격했다.권력과 재벌언론의 전면전으로 번지자 스페인과 독일을 방문중이던 푸틴은 “구속은 지나쳤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지난달 취임후 권력강화와 개혁정책을 추진해온 푸틴은 결국 ‘언론과 재벌의 힘’을 절감하며 구신스키를 풀어주는 좌절을 맛봤다. 이번 사건은 푸틴의 ‘언론과 재벌 길들이기’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 결말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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