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투자銀 보고서]"한국 구조조정 앞당겨야"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27분


“한국의 실물경제와 증시를 살리는 묘약은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 뿐이다.”

모건스탠리딘위터,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유력 투자은행들이 최근 잇달아 제시한 한국경제에 대한 처방전이다.

골드만삭스는 7일 펴낸 ‘아시아 태평양 경제분석’보고서에서 “올 하반기에 아시아 실물경제와 증시가 미국 경기둔화의 영향을 받아 덩달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발표된 경기동행지표상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괜찮은 편이지만 한국 대만 필리핀 태국 등은 좋지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등은 경기동행지표가 전년대비로는 여전히 좋으나 전월대비로는 뚜렷한 둔화 추세로 성장 모멘텀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특히 한국의 경우 급증했던 수출수요에 공급능력을 맞추는 데 시차가 생기면서 수출수요는 이미 감소추세에 접어들었는데도 공급능력 확충을 위한 자본재 수입이 지속적으로 늘면 무역수지가 급속히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아시아 증시 약세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이미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고 공공부문의 부채규모가 커서 정부가 증시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데도 한계가 있으며 기업의 부채 축소,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만이 증시와 실물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동남아시아 등 아직 성장여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동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딘위터는 5일자 보고서에서 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을 반영해 올해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전망치를 170억달러에서 70억달러로 낮추면서 “자산매각만이 성장과 개혁을 동시에 담보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부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에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법은 기업의 자산매각밖에 없다”면서 “특히 외국기업에 대한 자산매각은 국제수지 흑자와 똑같은 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