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여성해방 '햇살'…참정권 요구소송 수용

  •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30분


쿠웨이트 법원이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여성의 참정권 요구 소송을 사상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쿠웨이트 행정법원은 29일 여성의 투표권 및 공무담임권을 허용해 달라는 여성운동가들의 소송을 기각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에 이관, 심의하도록 결정했다. 쿠웨이트 여성운동가들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법원에 이같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번번이 기각해 왔다.

여성참정권 운동을 이끌고 있는 카우다 알 조완은 “이번 결정은 이 나라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전향적인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반겼다.

쿠웨이트는 62년부터 헌법에 남녀평등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같은 해 통과된 선거법은 여성들의 투표권과 공무 담임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쿠웨이트 여성 운동가들은 3월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의회가 국왕의 여성 참정권 허용 포고를 거부하고 여성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부결시키자 법원에 소송을 냈었다.

보수적인 의원들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여성의 참정권 허용은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쿠웨이트의 오랜 전통과 가치를 훼손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이슬람 근본주의자인 왈리드 알 타브타바이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여성 참정권을 금지한 선거법이 합헌임을 인정해 이를 둘러싼 논쟁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쿠웨이트는 아랍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여성을 대사로 임명한 적도 있으며 여성이 쿠웨이트 대학의 총장에 오른 적이 있을 정도로 아랍국가 중 비교적 여성에게 관대한 나라다. 인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이 승용차를 운전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쿠웨이트시티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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