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30회 지구의날]환경파괴 업보…중병앓는 '인류터전'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40분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과학과 문명이라는 미명아래 인간이 주도해온 환경 파괴의 ‘업보’가 인간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오고 있다. 최근 수년간 지구 환경을 보호하자는 움직임들이 범세계적으로 일고 있지만 국가와 집단간 이해관계 때문에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2일 ‘지구의 날’ 30주년을 맞아 지구가 당면한 환경문제들을 분야별로 짚어본다.

▼기후변화

세계 환경전문가들의 범정부 모임인 IPCC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 방출량이 100년 뒤에는 현재의 5배인 연간 345억t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100년 지구 온도는 지금보다 3.5도, 해수면 수위는 95㎝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이럴 경우 해발이 높지 않은 상당수 해안도시와 섬이 물에 잠기고 주민들이 내륙지방으로 몰려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IPCC는 경고했다.

당장 2025년까지 지구기온은 1도, 해수면은 35㎝ 높아져 육지의 5%가 물에 잠길 것이라는 것.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국가별로 CO₂ 방출량을 배분하자는 교토(京都)협약이 1997년 만들어졌으나 17개국만이 협약을 비준한 상태다.

▼물 부족

지난달 22일은 유엔이 선포한 ‘물의 날’이었다.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세계 물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2025년에는 가용 수자원이 전세계 필요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물 부족으로 고통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또 매년 700여만명이 물 부족이나 수질 오염으로 사망하고 하루에 숨지는 어린이만 5000명을 넘는다는 보고도 나왔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물부족에 시달리는 ‘환경 난민’은 1998년 2500만명으로 처음 전쟁에 의한 난민수를 넘어섰다. 2020년 환경 난민은 1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유엔 국제인구행동연구소가 발표한 물 기근 내지 물 부족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31개국이다.

21세기는 물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속에 미국은 10일 식수 부족에 따른 정치 군사적 분쟁을 막기 위해 국제 수자원안보 동맹을 창설할 것을 제의했다.

▼천연자원의 고갈

세계 최대 자연환경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해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천연자원의 30%가 1970∼95년에 고갈됐다. 민물 담수어 281종의 50%가 멸종되어가는 단계이며 개구리 같은 양서류도 심각한 멸종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계 어장의 60%가 고갈상태에 직면했다는 게 해양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산림속에서 살아가는 척추동물의 25%가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다사용을 막기 위한 국제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물의 경우 24만2000여종 중 14%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각종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산림 고사현상이 심화돼 머지않아 지구 전체 산림의 30%가 생존위협을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구 증가

지난 100년동안 세계 인구는 거의 4배가 늘었다. 20세기초 16억명이던 지구촌 인구는 1975년 40억명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 10월 급기야 60억명을 넘었다. 인구 증가는 곧바로 식량 물 천연자원 등의 부족으로 연결돼 지구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근본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전세계 인구는 2050년 최대 90억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어 도시의 거대화를 막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가뭄과 기아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5개국에서 현재 아사(餓死)직전에 있는 사람은 대략 1600만명. 에티오피아에서만 800만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이상기후로 이 지역에 3년째 가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100만명이 굶어죽은 1984∼85년의 기근보다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아프리카에서만 올 연말까지 최소 100만t의 구호 식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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