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피'의 작가 브루너 訪韓 "단순 색-선, 상상력 북돋워요"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파란 하늘, 노란 해, 초록 잔디. 그 단순한 배경 위에 입을 꼭 다물고 선 흰토끼.

세계 35개국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 ‘미피’의 작가 딕 브루너(73·네덜란드)가 16일 내한했다. 17일에는 서울 국립의료원 소아병동을 방문해 사인이 담긴 그림책을 선물했다.

미피 등 브루너가 만든 캐릭터의 특징은 단순한 색과 선.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실물에 가까운 세밀화를 보여주는 것이 더 교육적이라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된 질문에 “단순함이야말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북돋우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45년전 제가 미피를 창조했을 때는 아이들 그림책이 아주 복잡하고 화려했습니다. 책을 골라주는 부모나 선생님의 시선에 맞춘 것이었죠.”

프랑스 현대화가 앙리 마티스의 작품에서 미피 창조의 영감을 얻었다는 브루너는 “단순화 작업이 오히려 극도의 섬세한 테크닉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미피를 그릴 때는 언제나 붓으로 오랜 시간 꼼꼼히 그리죠. 눈과 입의 위치를 잡는데도 몇 번씩 다시 고쳐 그리기 때문에 오래 걸립니다. 그러지 않으면 영혼이 살아나지 않아요.”

브루너는 “설령 아이가 집에 있는 것과 비슷한 책을 고르더라도 제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선택하도록 놓아 두라”고 조언했다. 브루너는 22일까지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점 10층 갤러리에서 원화 전시회를 가지며 18일 오후3시에는 팬 사인회를 마련한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