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창업자 콜롬비아 반군과 '정글담판'… 경제지원 약속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미국 최대 인터넷 서비스회사인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공동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인 제임스 킴시(60)가 최근 콜롬비아 정글로 날아가 콜롬비아 반군 지도자와 담판을 벌여 화제다.

콜롬비아 혁명군(FARC)이라는 콜롬비아 반군은 지난해만 해도 3명의 미국인을 살해한 가장 전투적인 반미조직. 다른 반군조직인 국가해방군과 함께 콜롬비아 국토의 40% 가량을 장악하고 마약을 미국 등에 밀매하는 것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킴시는 안전을 염려하는 미 국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콜롬비아 정글로 갔다. 부동산재벌 조셉 로버츠가 함께했다.

왜 갔을까.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15일 “맨주먹으로 기업을 일군 그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누구도 해보지 않은 모험에 도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일 콜롬비아 정부가 제공한 프로펠러 비행기로 정글에 도착한 이들과 마주앉은 반군지도자는 마뉴엘 마룰란다(69). 평생 콜롬비아의 지배계급 타도를 외쳐온 인물이다.

킴시와 로버츠는 반군에게 “인명살상과 마약밀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대신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해주겠다는 것. 4시간 동안의 만남에서 킴시는 반군의 어린애들을 가리키며 “이 아이들의 앞날과 행복을 위해 총을 버리라”고 설득했다.

당장 결론을 내기는 어려웠다. 매년 마약거래와 납치 등으로 5억달러(약 5500억원)를 벌어 들이고 있는 콜롬비아 반군이 쉽게 총을 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AOL사의 기념 모자와 반군의 군모를 바꿔 갖는 것으로 일단 만남을 끝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콜롬비아 문제는 킴시처럼 창의적이고 과감한 시도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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