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해병대 위상 강화’ 강한 의지…예비역 軍心 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31일 20시 54분


업무보고때 李 “육군이 해병대 지휘 이상하다”
작전권 회복 결정…육해공 이은 ‘준4군’ 체제
해병대 박정훈 대령 尹정부에 맞서 깊은 인상
지방선거 앞두고 ‘해병대 결집력’ 고려 관측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준4군 체제로 해병대 개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주일석 해병대사령관과 인사하고 있다. 2025.12.31/뉴스1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준4군 체제로 해병대 개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주일석 해병대사령관과 인사하고 있다. 2025.12.31/뉴스1
국방부가 31일 해병대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식으로 군을 준4군 체제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해병대 1·2사단의 작전통제권이 육군에 있는 문제를 지적하며 “해병대사령관이 있는데 소속 사단을 지휘하지 않고 육군이 지휘한다? 이거 좀 이상한 것 같다”며 “작전지휘권을 안 넘겨주고 계속 유보하겠다는 건 좀 아닌 거 같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직접 해병대에 힘을 실어준 지 보름도 되지 않아 국방부가 해병대 1·2사단에 작전통제권을 돌려줄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며 해병대의 위상을 사실상 육해공군 수준으로 격상하는 개편안을 발표한 것이다.

● 李 지시에 해병대 위상 대폭 강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제2작전사령관의 통제를 받는 해병 1사단은 2026년 말까지, 육군 수도군단 통제를 받는 해병 2사단은 2028년 이내에 작전통제권을 해병대에 돌려줄 것”이라고 했다. 안 장관은 업무보고 때만 해도 “무기 체계 등은 해병 2사단이 아직 체계적으로 갖추지 못해 무기 체계와 전력 구조를 갖춘 후 작전통제권을 넘겨주겠다. 지금은 좀 이르다”고 했었다. 당시 국방부가 낸 보도자료에 명시된 10개 중점 추진 과제에도 ‘군 구조 개편 추진’ 정도로만 언급됐을 뿐 해병대나 준4군 체제 개편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업무보고 이후 여러 번 논의하고 보고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역대 정부에서도 해병대 독립을 통한 준4군 또는 4군 체제로의 전환과 위상 강화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2022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도 이를 공약으로 해병대 군심 잡기에 나섰지만 구호로 끝났다. 이명박 정부 때엔 해병대가 인사권과 예산 편성권 등을 해군으로부터 넘겨받았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엔 군인사법을 개정해 3성 장군(중장)인 해병대사령관이 4성 장군(대장)으로 진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해병 1·2사단 작전통제권이 1973년부터 줄곧 육군에 있는 기형적 지휘 구조가 바뀌지 않아 해병대의 위상 강화를 실효성 있는 정책은 정작 이행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해병대사령관이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대장 직위에 임명되지 못한 것은 결국 임명권자의 실행 의지가 강하지 않았던 데다 군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육군 일각의 반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이 대통령이 속도전을 주문하면서 해병대의 독립성 보장은 확정됐고, 해병대사령관 역시 현 정부 임기 내에 대장 진급이 유력해진 분위기다. 특히 업무보고 당시 이 대통령이 해병대에 작전통제권이 없는 문제를 우리 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회복 문제에 빗댄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해병 2사단이 역량을 갖추지 못해 작전통제권을 넘겨주기 이르다는 안 장관 언급에 “한국군은 자체 지휘·방위 역량이 떨어지니까 전시작전권은 우리(미군)가 계속 가지고 있어야 되겠다는 얘기하고 비슷해 보인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 대장 진급, 작전사령부 창설도 검토

해병대 독립성 강화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를 둘러싼 윤석열 정부의 외압에 정면으로 맞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집력이 강한 해병대 예비역 등 군심을 잡기 위한 속도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방부는 이날 작전통제권 전환은 물론 해병대에 공군작전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등에 준하는 별도의 작전사령부 창설해 3성 장군을 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방안, 해병대사령관 등 해병대 장군의 4성 장군 진급을 이행하고, 해병대 장교들이 합동참모본부 등 상급 부대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 해병대의 숙원 과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내용도 발표했다. 주일석 해병대사령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병대는 국민이 더 신뢰할 수 있는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해병대#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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