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나사 한반도관측 의미]기술종속 탈피 계기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6월말경 한반도를 관측할 예정인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에어사(AIRSAR)는 지금까지 개발된 원격탐사 장비 가운데 최첨단 설비로 우수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기상조건에 전혀 관계없이 지표면 및 지하를 관측할 수 있을뿐더러 자료 수준도 최고급이어서 지표면 이하를 관측해 3차원적 영상으로 재생할 정도.

96년 1차 환태평양 탐사 때 고고학 해양학 지질학 농학 환경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성능을 발휘했으며 JPL은 올 2월에도 이 장비의 다양한 성능 가운데 일부분만 활용해 단 11일만에 북위 60도에서 남위 60도까지 지구 전체 표면의 약 80%에 해당하는 지역의 초정밀 지형도를 제작,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통상 초정밀 지형도는 나라마다 국가 기밀로 분류할 만큼 지도 한 장으로 그나라 지형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 일본 등 원격탐사분야 선진국들도 이 장비의 개발을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쏟아 왔으며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사는 한반도를 관측하기 직전 일본 연구진의 요청으로 일본열도를 관측할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에어사의 한반도 관측은 그 자체만으로도 국내 원격탐사 분야에 활력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관측 데이터뿐만 아니라 최고 수준의 기술진과의 공동 연구과정에서 얻게 되는 기술 역시 상당할 것이기 때문.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문우일(文宇一)교수는 “선진기술의 벤치마킹을 통한 첨단 원격탐사의 원천기술 확보는 이 분야의 기술종속을 탈피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특히 젊은 과학도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기술은 정보위성에 탑재되는 군용시스템과 통신망 도로 등 국가기간산업 구축에 필요한 상용지리정보시스템, 기상상태 관측 레이더 등에 필수적인 것이어서 문교수 등은 원천기술 습득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가의 지리 정보가 외부에 무방비로 유출될 위험도 없지 않다.

이번 연구팀에 참여한 학자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미국 등이 우리나라 정보의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는 형편에서 원격탐사분야의 기술종속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기술 습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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