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여행객 여권 강탈사건 속출…올들어 북경서만 10여건

  • 입력 2000년 2월 20일 20시 02분


중국에서 한국인 관광객 유학생 상사주재원을 대상으로 한 여권 사취와 강도사건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을 분실하거나 강탈당한 뒤 재발급을 기다리며 몇 달씩 중국에 머무는 피해자가 늘고 있고, 돈을 받고 여권을 팔았다가 처벌이 두려워 정처없이 중국을 떠도는 한국인까지 생겼다.

2월초 중국에 신혼여행을 온 박모(29) 양모씨(28) 부부 일행은 호텔 숙박수속을 위해 조선족 안내인에게 여권을 맡겼다가 안내원이 이를 갖고 달아나는 바람에 아직도 귀국하지 못하고 베이징(北京)에 머물고 있다. 이들의 여권을 갖고 달아난 조선족 한준씨(30)는 박씨의 여권을 변조해 한국으로 입국하려다 김포공항에서 체포됐다.

1월초에는 손모씨(34) 등 6명이 시장조사차 베이징에 들렀다가 항공권을 싸게 구입해주겠다는 조선족 가이드의 말에 속아 여권을 사취당했다. 이들은 여권 재발급을 위해 한달여간 베이징에 머물다 16일에야 귀국했다.

지난해말 조선족 처녀와 결혼하기 위해 중국에 온 강모씨(39)는 베이징의 민박집에서 흉기를 든 괴한 6명에게 금품과 함께 여권을 빼앗겼다. 관광객 이모씨(42) 등 2명도 지난해 12월 조선족 안내원이 낀 강도 4명에게 여권과 금품을 강탈당했다.

베이징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올들어 베이징에서 신고된 여권 사취 및 강도사건만 10건이 넘는다.

조선족 처녀와 결혼한 최모씨(37)는 98년 12월 주중대사관에 여권분실 신고를 했다가 조사과정에서 여권을 고의로 팔아넘긴 사실이 드러나자 재발급을 포기했다.

최씨는 1월 귀국하기 위해 다른 한국인 김모씨(39)의 여권을 사서 출국하려다 중국 당국에 적발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국 여권은 변조하기 쉬운데다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한 나라가 많아 한국이나 제3국으로 탈출하려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여권은 중국에서 5만위안(약 700만원)에, 일본비자나 미국비자가 있는 경우는 2∼3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20일 “여권을 변조가 어려운 것으로 교체하지 않는 한 피해를 막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기자> ljhzi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