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大選 앞둔 푸틴, 票앞에선 "나도 부드러운 남자"

  • 입력 2000년 2월 12일 20시 07분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

강하고 차가운 인상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직무대행이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푸틴은 현재 50%가 넘는 지지율로 이번 대선에서 승리가 예상되지만 대중에게 친근감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해외공작원 출신답게 잘 웃지않고 말수도 적기 때문.

유도 검은띠의 터프가이로 ‘터미네이터’란 별명까지 얻고 있는 푸틴은 서방의 압력을 뿌리치고 체첸 침공을 강행하면서 이러한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다.

그러나 푸틴은 최근 관영 ORT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같은 딱딱한 이야기는 제쳐두고 푸들 강아지를 안고 가족 등 신변이야기를 털어놓아 눈길을 모았다. 그는 애견으로 푸들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질문에 “딸들이 좋아해서”라고 여유있게 받아 넘겼다.

부인 루드밀라의 사진이 지난해 말에야 처음 언론에 공개되었을 정도로 ‘인간 푸틴’이 베일에 싸여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인터뷰는 파격적이었다는 평.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주최로 8일 열린 ‘국민과의 전화대화’ 행사에서도 푸틴은 지방의 어느 13세 소녀가 직접 지지전단을 만들어 보내주었다는 사연을 공개했다.

민영 NTV방송이 최근 연속인형극에서 푸틴을 부정적으로 묘사해도 푸틴은 반응을 자제하는 ‘관용’을 보이고 있다. 푸틴은 지난달 동물보호운동에 열중하는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드로에게 격려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또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전격적인 사임결심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하는 등 다정다감한 면모를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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