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그로즈니 병력증파…점령지역 확대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러시아군의 체첸 수도 그로즈니 중심부 진입은 체첸전 종전이 임박했다는 징후일까. 러시아군은 18일 그로즈니 도심으로 진입해 시립병원 등 몇몇 주요 건물을 점령했으며 병력을 증파해 장악 지역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공격 시작후 8시간 동안 1.5∼2km밖에 전진하지 못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로즈니를 완전히 점령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체첸전의 종식을 언급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로즈니에 남아있는 2000여명의 반군은 10∼15명씩 분산해 참호와 하수구를 통해 옮겨다니며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2차례의 전쟁으로 폐허로 변한 도시 전체가 반군의 은폐물이 되고 있는 반면 Mi24 헬기와 Su24 전폭기의 공중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시가전에서는 항공기의 지원을 받을 수가 없어 고전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95년에도 그로즈니에 입성했지만 반군의 야간기습 공격에 시달리며 많은 사상자를 내고 철수해야 했다. 러시아군은 남부 산악지대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는 체첸 반군도 소탕하지 못하고 있다. 체첸 남부는 해발 2000∼4000m의 험한 산악지역으로 이루어져 있어 94년 1차 체첸전에서도 러시아군은 이곳을 점령하지 못했다.

러시아군은 3월 26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전에 체첸전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러시아군의 피해가 늘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권한대행의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군당국은 지금까지 러시아군 500여명이 전사했다고 발표했으나 병사들의 어머니회 등은 사망자가 3000명에 이른다고 주장하면서 반전(反戰)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의 빅토르 바라네트츠 군사전문기자는 초조해진 러시아군이 Tu95 전략폭격기를 사용해 그로즈니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는 민간인 희생이 커지면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대량살상무기 사용을 주저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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