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출범1년]세계통화구축 실패

  • 입력 1999년 12월 26일 21시 08분


미국 달러화에 도전할 수 있는 국제통화라는 ‘기대’를 받으며 올 1월1일 출범한 유로화는 당초 예상과 달리 1년 내내 약세를 면치 못한 채 99년을 마감하고 있다.

당초 ‘1유로〓1.17달러’로 출범했지만 한때 1달러선도 무너지는 등 고전을 하다 현재는 1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유로화 결제 시스템을 갖추는 등 대비를 한 국내기업 및 금융기관들도 유로화 출범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가치 14%나 하락▼

▽유로화 가치 지속적 하락〓전문가들은 “미국 달러와의 힘겨루기에서 유로가 일방적으로 밀린 한 해”라고 요약한다. 12월초 현재 출범 당시에 비해 대 달러 가치는 14%나 하락했다.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연초와 비교해 약 23% 절하된 상태.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국제 투자자들이 출범 초기 고수익을 기대하며 유로화 표시 자산을 대거 사들였다가 기대에 못미치자 일시에 매각하면서 유로화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것.

유로 회원국들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된 반면 상대국인 미국 경제는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는 점도 유로화로서는 악재였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관망 자세를 보인 것도 지속적인 하락을 부추겼다.

▽유로화 출범이 가져온 변화〓‘큰 변화는 없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유로화 결제는 당초 20%선까지 늘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근 집계에 따르면 5% 미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로화 출범으로 회원국간 동일상품 가격이 비슷해져 비회원국의 제품 가격 책정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같은 제품의 회원국간 가격이 아직도 많게는 3배까지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기업 수출 늘어▼

▽국내기업에 미친 영향〓유로화 출범 전 많은 전문가들은 “유로화 체제로 빨리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기업들에 충고 했다. 하지만 유로화 결제시스템을 갖추는 등 대비를 한 국내기업들은 유로화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기존 달러 결제를 유지해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게 중론.

유로 회원국간 역내 교역이 증가하면 국내 기업들의 대유럽연합(EU) 무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11월까지만 해도 유럽에 대한 국내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9.3% 가량 늘었다.

▼내년부터 서서히 회복▼

▽유로화 약세는 언제까지〓‘유로화는 빠질 만큼 빠졌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연구위원은 “회복되는 시점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내년말까지는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미국과의 성장률 격차가 금년보다는 좁혀질 전망이어서 유로화 회복의 여지가 크다는 것.

또 최근 홍콩 중앙은행이 유로화 비중을 10%에서 15%로 늘려 전망한 것도 유로화로서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의 준비 필요성에 대해 “앞으로 1년을 내다본다면 유로화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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