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각료회의 결렬]美 '밀어붙이기' 개도국 반발에 좌초

  • 입력 1999년 12월 5일 19시 56분


어수선한 총회장
어수선한 총회장
세계무역기구(WTO)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135개 회원국은 폭넓은 무역자유화를 통해 21세기에 걸맞은 교역질서를 만들자는 목표아래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이견절충에 실패했다.

▽왜 결렬됐나〓무엇보다도 각국이 너무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풀겠다고 나섰기 때문.

가장 큰 쟁점은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간의 수출보조금 처리문제와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노동 및 반덤핑분야였다.

▼너무 많은 의제 걸림돌▼

수출보조금과 관련,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즉각 철폐’와 ‘점진적 감축’ 입장에서 한발씩 양보해 ‘점진적 철폐’라는 정치적인 타협점을 찾는 듯 했으나 결국 최종 선언문 작성 과정에서 타결을 포기했다.

노동은 미국과 EU가 뉴라운드 협상 의제로 결정되기를 강력 희망했으나 개도국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특히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조와 시민단체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동 및 환경 분야를 의제로 채택하라고 압박해 각국 대표들의 선택의 폭을 좁힘으로써 각료회의 무산에 일조했다.

▽국제무대에서 미국 독주 끝났나〓우루과이라운드(UR)때처럼 미국의 독주가 허용되지 않은 것도 시애틀회의 결렬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측 으름장 안먹혀▼

클린턴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반덤핑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반덤핑협정 개정에 일본이 앞장선다면 미일관계가 위험해진다(dangerous)”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오부치총리는 “개도국들의 입장이 완강해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며 ‘NO’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노동분야의 의제 채택을 강하게 밀어붙여 작업반 설치까지는 성공했으나 개도국 대표들이 “누구 마음대로 작업반을 만들었느냐”며 일제히 반발해 작업반의장이 선언문 초안조차 작성하지 못했다.

▼내년초 재협상 벌일듯▼

중국이 조만간 정식 회원국이 될 경우 미국의 리더십은 더욱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회원국 각료들은 내년초 제네바에서 다시 모여 재협상을 벌이게 된다. 이번 시애틀 각료회의의 협상 결과를 그대로 옮겨 남은 이견 절충을 시도하는 것.

WTO 사무국은 “크리스마스 휴가기간이 끝난 뒤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협상대표단은 “최소한 내년 2,3월은 돼야 다시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애틀〓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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