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우리?』 불안한 日열도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일본의 유명사립대학교수인 A씨는 최근 튼튼한 헬멧을 샀다. 학교와 집주변의 ‘긴급피난지’가 어디인지도 점검했다.

터키와 대만에서 잇따라 수많은 희생자를 낸 대지진이 일어난 후 일본사회는 지진 공포에 떨고 있다.

간토(關東)대지진과 고베(神戶)대지진을 경험한 일본은 대만 필리핀과 함께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는 세계에서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 리히터 규모 4 이하의 지진은 수시로 일어나다보니 지진에는 웬만큼 익숙해진 일본인이다. 하지만 A씨처럼 새삼스레 지진 공포증에 떨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세기가 저물어가는 세기말에 뭔가 불길한 재앙이 덮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도 지진공포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일부 주간지는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소개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신문과 방송도 터키와 대만에 이어 일본에 대지진이 덮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덩달아 불안해 한다. 반년 뒤 귀국하는 한국기업 일본주재원 B씨는 먼저 아내와 아이를 한국으로 보낼까 궁리하고 있다. 지진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대만지진 후 국내의 친척들이 전화로 “만일에 대비해 아이라도 먼저 귀국시키라”고 해 진지하게 이 문제를 고려하게 됐다고 한다.

폭풍전야처럼 일본이 지진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지진에 대한 불안이 기우에 그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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