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대륙 中혁명물결]적자생존이 평등주의 밀어낸다

  • 입력 1999년 7월 20일 18시 41분


중국에서 손꼽히는 민간재벌 중 하나였던 난더(南德)그룹이 1월에 3억위안(약 390억원)의 빚을 지고 무너졌다. 그룹 총수 머우치중(牟其中·59)은 경찰에 체포됐다.

머우는 개혁개방 초기인 80년에 불과 350위안으로 사업을 시작해 19년 사이에 국내외 20개 기업과 7개 연구소로 키웠다. 94년에는 중국 민간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통신위성 2개를 발사했다. 최근에는 중국 장쑤(江蘇)성 롄윈(連雲)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연결하는 철도건설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99도+1도〓비등’ 또는 ‘1도 더하기’라는 그의 이론도 유명했다. 99도로 데워진 기업에 창의적인 기업인이 1도만 불을 더 지피면 기업이 비등하듯 성공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그는 1도의 불을 더 지피지 못해 쓰러졌다.

기업 도산은 중국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날로 격화되는 경쟁으로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5월에는 꽤 이름있던 국유기업이 민간 패스트푸드 업체에 넘어가 충격을 주었다.

4월 중국 최대의 TV 생산업체인 창훙(長虹)은 자사제품 가격을 10∼15% 일제히 인하했다. TV 제조업계는 96년 이래 세번째 가격전쟁을 벌였다. 그 결과 TV 가격은 96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선제공격한 창훙은 2개월만에 시장점유율을 3.3% 높여 25%대를 회복했다. 3년에 걸친 가격전쟁 과정에서 97년 195개이던 업체수가 지난해에는 120개, 올해는 90개로 줄었다. 절반 이상이 쓰러졌다.

경쟁이 더욱 치열한 분야는 비디오 콤팩트 디스크 플레이어(VCDP). 96년부터 본격 생산된 VCDP는 2년 사이에 출하량이 4배로 늘었다. 업체들의 판매전쟁도 격렬해졌다. 지난 1년 사이에 VCDP 가격은 7차례나 인하됐다. VCDP 값은 작년초의 절반수준인대당 700∼800 위안으로 떨어졌다. 업체들은 사느냐 죽느냐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포도주 시장도 비슷하다. 시장규모가 급성장하면서 2∼3년 사이에 200여개 업체가 새로 뛰어들었다. 작년초부터 400여개 회사들이 각축을 벌인 끝에 올 상반기까지 3분의 1이 도산했다. 톈진(天津)에서는 38개 회사 중 절반이 문을 닫았다.

다른 술 시장에서도 업체들의 부침(浮沈)이 무상하다. 2년전까지 황금시간대 TV광고를 독차지했던 쿵푸자주(孔夫家酒) 친츠(秦池) 등은 몰락했고 징주(京酒) 등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무명의 옌징(燕京)맥주가 인민대회당 독점납품권을 따내면서 칭다오(靑島)맥주를 능가하는 유명브랜드가 됐다.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부동산개발회사들의 도산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후퇴와 신규업체의 등장으로 백화점의 생존경쟁도 치열해졌다. 지난해 베이징의 106개 백화점 가운데 59개가 이익을 한푼도 내지 못했다.

정부기관도 기존 직원을 감원하고 공개채용제를 통해 유능한 사람들을 발탁하고 있다. 국유기업의 구조개혁도 강력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국유기업에서 600만명이 해고됐고 지금도 300만명이 해고 대기상태다.

중국에서도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시장논리가 사회주의적 평등주의를 밀어내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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