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미시위 확산…美 駐中대사관 잠정 폐쇄

  • 입력 1999년 5월 10일 0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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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유고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오폭에항의하는중국인들의 반미(反美) 반NATO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美中)관계도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유엔을 중심으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던 코소보 사태도 큰 암초를 만났다.

▽시위확산〓중국인들의 항의시위는 8일에 이어 9일에도 계속됐으며 베이징(北京)과 상하이 등 전국 10여개 도시로 확산됐다. 베이징에서는 수천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8일 오후부터 미 대사관 주위에서 시위와 철야농성을 벌인 데 이어 9일에는 시위 참여자가 2만여명으로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9일 중국인들의 반미시위를 강력히 지지하지만 외교관과 외국기관, 외국인들의 신변은 국제법에 따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후진타오(胡錦濤)중국 부주석은이날 TV를통해 “중국은 미국이 이끌고 있는 NATO군의 중국대사관에 대한 공격에 항의하는 모든 합법적인 시위를 중국법에 따라 지지하고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시위가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길 바란다”며 “중국인들은 기회를 틈타 사회안정을 해치려는 세력이 준동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여 시위가 일정 한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베이징 주재 외국공관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당국은 무장경찰 5천명을 포함해 7천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시위대는 대사관 정문에 걸려 있는 미 성조기를 찢고 대사관 건물에 돌과 계란 등을 던져 유리창이 깨지는 등 피해가 났다. 미 국무부는 사태가 악화되자 10일부터 이틀간 베이징대사관과 청두(成都) 등 4곳의 총영사관을 잠정 폐쇄한다고 8일 발표했다.

청두에서는 9일 오전 0시45분경 성난 군중이 미 영사관 건물에 불을 질렀다. 베이징에서 수만명이 시위를 벌이기는 89년 톈안(天安)문사태 이후 처음이며 중국에서 대대적인 반미 시위가 일어난 것은 79년 양국 수교 이후 처음이다.

▽중국 정부와 언론의 움직임〓중국 정부는 대사관 폭격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조사단을 9일 베오그라드로 파견했다.

중국은8일 “NATO의야만적 폭행에 커다란 분노를 표시하며 강력한 항의를 제기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인들의 반미 시위는 “NATO의 중국대사관 폭격은 의도적인 것”이라는 8일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보도에 크게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인민일보는 9일 1면 논평기사에서도 “NATO의 해명은 궤변에 불과하다”면서 “NATO는 이번 일로 중국 인민에게 한차례 혈채(血債)를 졌다”고 주장했다.

중국관영 매체들은 또 주요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가 각 지방 공안당국의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현재 학생과 시민들의 ‘애국적 시위’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있으나 반미시위가 정부 비판이나 지도부 비판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관계 냉각 등 파장〓빌 클린턴 대통령 등 미국정부의 유감 표시에도 불구하고 중국대사관 폭격은 커다란 후유증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관측통들은 중국의 핵기밀 절취 논란과 인권문제 그리고 통상마찰 등으로 양국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까지 겹쳐 양국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9일 이번 사태로 미국은 한반도(북한)의 핵무기에 관한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향후 코소보 사태의 해결방안을 둘러싸고 유엔안보리 등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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