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모범생이미지 발목잡혀…유권자들『지루하다』

  • 입력 1999년 3월 17일 20시 02분


미국 앨 고어 부통령이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지 오래다. 그러나 고어는 공화당의 선두주자인 텍사스 주지사 조지 부시 2세의 인기를 따라잡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와 ABC방송이 16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부시 2세의 지지도는 54%였지만 고어는 41%로 나타났다. 지난 몇 주 동안의 격차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두 차례에 걸친 부통령, 탁월한 비전제시, 그리고 ‘클린 이미지’로도 고어의 인기가 오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미국의 다수 국민은 고어의 모범생 이미지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고어의 이미지를 ‘지루하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64%는 부시 2세가 ‘흥미롭다’고 대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유권자들이 고어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그의 성격에는 식상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유권자들의 경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고어와 부시2세는 공통점도 많다. 두 사람 모두 남부출신(고어는 테네시)인데다 정치 명문가 태생이다. 고어의 아버지는 30여년간 상원의원을 지냈고 부시 2세의 아버지는 대통령이었다.

두 사람 모두 명문대를 나왔다. 그러나 고어는 하버드대, 부시 2세는 예일대 출신이다. 특히 고어는 하원의원으로 4선, 상원의원으로 재선한 뒤에 미국 역사상 최강의 부통령으로 각광받고 있다. 텍사스 주지사를 연임하고 있는 부시 2세는 중앙정치에서 초년병에 가깝다. 그런데도 고어는 환경 정보화 부패척결처럼 의미있지만 딱딱한 주제에 몰두해 인기침체라는 엉뚱한 결과를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대 대중정치의 한 단면일까.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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