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협상 사실상 타결] 北 「벼랑끝 외교」판정승

  • 입력 1999년 3월 13일 09시 00분


북한과 미국이 4차례의 협상 끝에 금창리 지하시설의 핵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현장방문에 합의함으로써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올 계기가 마련됐다.

북한의 핵개발 의혹은 일본 영토를 가로지른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함께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싸늘하게 냉각시키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이는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포용정책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그동안 금창리 일대를 촬영한 첩보위성들의 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핵관련 공사를 하고 있다는 여러 정황증거를 제시했다.

북한이 94년 제네바합의에 따라 핵동결을 약속하고 매년 50만t의 중유와 경수로 2기를 챙기면서 뒤에서는 은밀히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에 따라 미국 의회에서는 북한을 협상의 상대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강경론이 갑자기 힘을 얻었다. 또한 북한이 지난해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2,3년 안에 미국 본토까지 핵을 운반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미국인의 불안감도 커졌다.

북한도 미국의 이같은 기류를 인식한 듯 이번 협상에서 매우 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대북강경책을 건의하지 않도록 페리보고서가 작성되기 이전에 협상을 매듭짓겠다는 의도도 내비쳤다고 워싱턴의 한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은 한걸음 더 나아가 최근 미사일 발사기지에서 관계자들을 모두 철수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에 북한이 금창리 시설에 대한 미국측의 현장접근을 3회 이상 허용키로 함에 따라 문제의 지역에 핵시설이 아직 들어서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측은 설혹 그렇더라도 핵시설 설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현장접근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체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핵위협’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이 60만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북한의 ‘벼랑끝 외교’에 미국이 또다시 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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