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이 썩어간다…선진국서 독성폐기물 비밀수출

  • 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21분


아시아 지역이 산업폐기물 하치장으로 변하고 있다. 선진공업국들이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에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보내고 심지어 독성폐기물까지 수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최근 인터넷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80∼90년대에 아시아 환경을 황폐화시킨 ‘더러운 질주’가 다음 1천년 동안도 계속될 것”이라며 “아시아는 매년 전세계가 배출하는 4억t 이상의 독성폐기물을 버리는 쓰레기 하치장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19일 캄보디아 남부 항구도시인 시아누크빌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이 도시 외곽지역의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유독성 산업 폐기물의 중독을 우려해 도시를 집단 탈출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 산업 폐기물은 지방 관리들이 업자로부터 3백만달러의 뇌물을 받고 대만의 석유화학사 포모사 플라스틱사에서 수입한 3천t 가운데 일부였다. 파문이 확대되자 훈센 캄보디아총리는 UNEP에 이에 관한 조사를 요청하는 한편 이를 즉각 대만으로 되돌려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선박해체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인도의 구자라트해변도 독성물질로 오염되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바젤행동망(BAN)은 “전세계 해체 선박의 약 절반이 구자라트 해변 10여㎞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며 “선박해체과정에서 석면, 납이 섞인 페인트, 중금속, PCB 등 엄청난 양의 유독 물질이 유출돼 사람과 지역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의 행동대원들은 호주의 시드니 항에서 해체장소로 가기위해 대기중인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선박회사 P&O네드롤드사 소속 엔카운트 베이호를 최근 점거하고 있다.

식량위기와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도 90년대부터 상당기간 산업폐기물을 받아들였다. 95∼96년 독일 DKR사로부터 약 10만t에 이르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일본으로부터 알루미늄제련과정에서 나오는 알루미늄 잔회(殘灰)와 폐타이어를 대량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은 북한에 핵폐기물을 수출하려다 한국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린피스는 94년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및 호주가 90∼93년 아시아지역에 버린 유해 폐기물이 5백40만t에 달한다고 폭로한 바 있다. 특히 독일산업계는 90년대 초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폐기물을 대량수출한 사실이 밝혀져 국제환경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국제환경단체 관계자들은 “폐기물의 타국 이전은 ‘님비현상’이 국가 단위로 확대되는 현상”이라며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유독 폐기물 수입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