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기업해외법인으로 샌다…9월 13억달러 송금

입력 1998-11-08 19:43수정 2009-09-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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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금융기관들이 국내 기업 해외현지법인에 빌려준 채권의 상환 만기연장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국내 모기업이 현지법인의 부도를 막으려고 달러를 송금해 빚을 대신 갚아주고 있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의 일부가 현지법인의 빚 상환용으로 새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숨은 외채’로 일컬어지는 현지금융의 상환문제가 본격적으로 표면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현지법인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대외신인도 회복과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걱정한다.

한국은행은 8일 “국내 기업이 9월중 직접투자 명목으로 해외에 내보낸 10억1천만달러 가운데 9억달러는 직접투자용이 아니라 현지법인의 부채상환용이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국내 외국환은행 창구를 통해 부채상환용으로 송금한 돈이 4억달러에 이르는 등 9월중에만 총 13억달러가 현지법인의 빚을 갚는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한은측은 “현지법인 부채상환을 위한 송금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송금의 주체는 대부분 삼성 현대 대우 등 5대 그룹의 계열사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은측은 밝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왕윤종(王允鍾)연구위원은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미국계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에 상당액을 물린 이후 국내 기업 현지법인에 꿔준 대출금을 회수하고 있어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 재벌그룹의 프랑스 현지법인은 12월중 만기가 돌아오는 6천만프랑(약 1백46억원)에 대해 만기연장을 요청했으나 현지은행이 이를 거절해 본사에서 급히 돈을 보내줘야 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연구위원은 “재벌의 현지금융은 제2 외환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현지금융 규모를 낱낱이 공개한 다음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부채탕감 등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받는 방안까지 검토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 현지법인이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빌린 현지금융은 9월말 현재 2백77억달러로 작년말(3백24억달러)에 비해 47억달러 줄었다. 만기연장이 되지않아 올들어 상환한 금액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재정경제부는 국내 기업의 현지금융 2백77억달러중 1년 미만의 단기부채가 절반 가량이며 10억달러 정도가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국내 은행 해외지점에서 빌린 돈(약 1백83억달러 추정)을 포함하면 단기부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국내 은행 해외지점들이 현지 외국 은행에서 달러를 빌려 현지법인에 대출했고 이 과정에서 국내 본사가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에 상환부담은 모기업에 고스란히 돌아가게 돼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지법인들은 국가신용도 하락 이후 신규차입이 중단되고 대출금 만기연장이 안돼 상환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며 “국내 본사에서 자금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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