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리인하 가시화…EU정상회담서 의견 접근

  • 입력 1998년 10월 26일 19시 22분


25일 폐막된 유럽연합(EU) 15개국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은 금리인하 문제로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23일 취임하자마자 달려온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총리는 처음 참석한 EU정상회담에서 “2차대전 후 최악의 실업사태 및 세계적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회원국의 공동 금리인하가 절실하다”며 “특히 독일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리인하 왜 주장하나〓유럽의 금리인하 주장은 동아시아 러시아 남미를 거친 경제위기가 미국에 상륙하는 경우 유럽도 예외일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미 7월말이후 독일(약 25%) 프랑스(약 27%) 등 주요국의 주가지수가 뚜렷한 하락세를 보여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또 내년 1월1일 출범하는 유러화의 초기 성패가 유러화 대외가치의 안정적 유지에 달렸다는 점에서 최근 급등락하는 미국 달러화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공통인식도 작용했다.

유러화 시행의 중추적 역할을 할 독일과 프랑스의 기준금리는 3.3%대. 단일통화 시행에 참여하는 11개국이 금리를 이 수준에 맞게 수렴해 간다는 것도 이들 회원국간에 암묵적으로 합의가 돼 있는 상태다.

▼어떤 상황인가〓올들어 9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미국이 유럽에 대해 금리인하 압력을 넣고 있다. 제리 자시노우스키 미국 생산자연합회(NAM)회장도 21일 “전 세계 경제위기 해결을 미국 혼자서 떠안을 순 없다”며 유럽의 동참을 촉구했다.

그러나 유럽내에서 가장 금리가 낮은 독일과 프랑스는 “현재로서는 인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을 따라 9일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영국도 추가 인하계획은 없는 듯하다.

반면 유럽의 산업계와 금융투자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영국의 캐나디언 임페리얼 뱅크 오브 커머스의 데이비드 콜맨 수석분석가는 23일 “증시위축이 소비위축을 불러와 향후 2,3개월간은 인플레 걱정이 없을 것”이라며 “즉각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최근 “10월초 국제통화기금(IMF) 워싱턴 연차총회때 정상들이 공동 금리인하를 비밀리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주요국의 금리인하 부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금리인하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형국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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