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증언비디오 공개]궁지 몰리자 목소리 점점 높여

  • 입력 1998년 9월 22일 07시 31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연방대배심 증언 비디오테이프가 TV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미국은 또다른 충격에 휩싸였다. 대통령의 구겨진 체면과 육성으로 전달된 선정적인 내용 등 활자화된 스타보고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한 내용이었다.

○…클린턴대통령은 증언에 앞서 왼손을 들고 “오직 진실만을 말하겠느냐”는 검사측 선서문 낭독에 “그렇게 하겠다”고 선서한 뒤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검사측 질문에 답변하기 시작. 그는 처음에는 “그렇다”, “맞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답변하다가 검사측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자 검사를 성토하거나 사실관계에 관한 해석,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적극적으로 또는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클린턴은 자신의 변호사인 로버트 베넷이 발표한 성명서에서 ‘is’라는 현재형을 사용한 것을 두고 검사측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테이프는 7개로 하원 법사위가 삭제한 것을 제외하고 4시간 3분 가량의 증언을 담고 있다. 화질은 좋았으나 녹음된 음성상태는 고르지 못했다.

이 테이프는 원래 21일 오전9시(현지시간)에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음질과 화면조정 등으로 25분 늦게 방영됐다.

CNN CNBC 폭스TV 등은 중계차를 의사당에 보내 테이프를 전달받은 뒤 송출기에 걸어 전세계에 생중계했으며 CNN은 화면에 “증언내용중에는 상세한 성적관계표현이 들어있다”는 경고자막을 가끔 내보냈으며 뉴욕의 주가동향을 곁들이기도 했다.

○…미국 TV방송사들은 클린턴대통령의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기 전날인 20일부터 토크쇼 등을 통해 하루종일 증언의 내용과 여파를 전망하고 거의 매시간 대대적인 예고방송을 실시해 시청률 경쟁에 몰입하는 양상.

그러나 방송들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측의 신문내용에 구체적인 성관계에 대한 기술이 많아 미성년자들이 TV를 시청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부모들에게 당부.

이와 관련, 미 하원법사위는 연방대배심 증언 비디오테이프 공개시간을 월요일 아침 9시로 정한 이유에 대해 “미성년자들이 학교에 가고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

○…항상 자신감이 넘치던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들어 참모들에게 화를 자주 내고 말도 아끼는 등 어두운 표정이어서 오랜 측근들도 그에게 “요즘 기분이 어떠냐”고 물을 수조차 없을 정도라고 워싱턴포스트가 21일 보도.

○…미국 CNN은 테이프 공개직전 갤럽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보냈는데 클린턴대통령의 지지도는 일주일전보다 4%포인트 하락한 60%로 나타났다.

또 공개된 테이프를 보겠느냐는 설문조사에서 ‘보지 않겠다’는 응답이 55%나 됐으며 ‘뉴스에서 간추린 내용만 보겠다’가 15%,‘나중에 녹화방송을 보겠다’가 8%, ‘방영될 때 보겠다’가 19%였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김태윤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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