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貨 다시 「곤두박질」…美주가하락등 세계금융시장 먹구름

  • 입력 1998년 8월 4일 19시 35분


일본 엔화가치가 연일 떨어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먹구름에 싸였다.

엔화약세로 일본과 아시아 각국의 주가하락 등 아시아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가 하면 폭발적인 활황세를 보여온 미국 증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더욱이 엔화약세가 이어져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검토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은 한차례 파란을 맞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4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한때 1백46엔대까지 밀려 미국과 일본이 6월중순 외환시장 협조개입을 실시하기 직전의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이 이날 “엔화약세가 지나치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오후에는 1백45엔 안팎에 거래됐지만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엔화가치 방어를 위한 미일(美日)의 협조개입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엔화가치는 올해 최저치인 달러당 1백46.75엔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약세는 지난달 30일 출범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내각에 대한 불신과 관련이 있다.

오부치내각은 과감한 경기부양과 금융기관 부실채권처리를 통한 경제재건을 강조했으나 ‘약체정권’의 경제공약 실천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더욱이 7월중 일본의 국내 신차(新車)판매대수가 16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장기화된 경기침체가 개선될 조짐이 별로 없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엔화 방어 의지에도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미야자와 대장상만 하더라도 취임 직후에는 엔화와 주가를 시장논리에 맡길 뜻을 밝혀 엔화가치 급락을 부채질한 바 있다.

동남아 통화가치 및 주가 역시 일본의 움직임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파장은 미국으로도 번지고 있다. 엔화약세에 따른 아시아 금융위기가 미국기업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에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3일 한때 8,800포인트가 무너졌다. 미국 주가의 폭락이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아태(亞太)경제시보는 3일 “엔화약세가 계속되면 중국수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므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 국제금융계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도쿄〓권순활특파원〉kwon88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