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물기근,세계 식량재앙 우려…『美등서 수리개발 도와야』

  • 입력 1998년 6월 22일 19시 38분


“중국의 물부족이 세계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냉전시대 구 소련의 미사일 움직임 만큼이나 중요하고 심각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의 물공급 부족현상을 우려해 내놓은 분석결과다.

인구 13억명(비공식추산 15억명)으로 세계 제1의 인구대국인 중국의 물부족은 곧 중국의 식량부족을 의미하고 나아가 세계 곡물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식량을 전량 자급자족하고 있는 중국이 만약 갑자기 곡물수입국으로 바뀔 경우 세계곡물시장은 가격폭등과 공급량 급감사태를 맞을 수 있다.

이 경우 하루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연명하고 있는 식량수입국들은 굶주림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

미 안보전문가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식량폭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중국의 물부족이야말로 세계안보를 뒤흔들 수 있는 ‘뇌관’이라고 보고 있다.

이같은 안보적 중요성 때문에 미 정보기관들의 협의체인 국가정보협의회는 지난해 중국의 물수급에 대한 집중 검토에 착수했다.

중국의 불모지 등을 촬영한 정찰위성 사진에 따르면 중국 북부 수백개 강과 호수가 수년간의 가뭄과 무분별한 사용으로 말라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96년 1백33일간 고갈됐던 황하(黃河)의 경우 지난해에는 고갈기간이 2백26일로 늘어났다.

미국의 환경단체인 월드워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식수수요는 95년 3백10억t에서 2030년 1천3백40억t으로 4배 이상, 공업용수 수요는 5천2백만t에서 2억6천9백만t으로 5배 이상 늘어난다.

중국의 수자원총량은 2조8천억t으로 세계 6위지만 1인당 담수량은 세계 1인당 평균치의 3분의 1에 불과하며 1인당 평균 수자원량은 1백9위에 그친다.

물부족이 심한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시안(西安) 등 지표수 부족으로 지하수를 지나치게 뽑아 쓰는 바람에 지면이 가라앉는 지역이 늘고 있다. 일부 동부 연해지역에서는 땅이 가라앉은 곳으로 바닷물이 들어오기도 한다.

중국의 물사정을 조사하고 있는 메디아연구소는 “중국이 농업용수 부족으로 2030년에는 현재 전 세계 곡물거래량에 맞먹는 연 2억t을 수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한해 소비되는 곡물의 10배가 넘는 양.

메디아연구소는 중국의 물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미중(美中)이 공동으로 수자원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워싱턴DPA연합〉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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