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市 옛美대사관 헐린다…美 월남전 패배 상징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18분


미국의 월남전 패배를 상징하는 호치민(胡志明·옛 사이공)시의 전 미국대사관 건물이 영욕의 역사를 접고 헐린다.

현지 미 외교관들은 “75년 4월30일 사이공 함락 직전 마지막으로 미국인 철수작전이 펼쳐졌던 8층의 미국대사관 건물 철거작업이 11일 시작돼 몇주 뒤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진다”고 밝혔다.

멜리사 포이네프 미영사는 “옛 대사관 자리에 새 영사관 건물을 건축하기로 하고 업자를 물색중”이라고 말했다.

사이공 함락 직전 미국인들은 당시 미대사관에 집결, 옥상에서 헬리콥터로 탈출했다. 탈출자는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베트남인과 제삼국인까지 포함해 2천명에 이르렀다.

시내에 포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진행된 마지막 철수작전이 벌어지는 동안 대사관 정문앞에는 베트남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당시 모습을 담은 보도사진은 친서방 사이공정권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 미국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대사관 건물은 베트남 국영석유탐사회사 사옥으로 사용됐으며 94년 미국에 반환됐다. 양국은 95년 국교정상화를 한 뒤 96년 대사를 교환했으며 97년 미국은 호치민시에, 베트남은 샌프란시스코에 각각 영사관을 개설했다.

베트남주재 초대 주미대사는 월남전 포로출신인 더글러스 피터슨(62). 공군조종사출신인 그는 66년 전투기가 격추되면서 73년까지 베트남에 억류됐다가 대사로 임명돼 베트남과 다시 인연을 맺었다.

미국은 94년 베트남에 대한 금수조치를 해제한 이래 이 나라의 8번째 투자국으로 부상했고 현재 양국 교역량은 연간 10억달러에 이른다.

〈황유성기자·하노이AP연합〉ys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