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만 가는 핵보유국]지구상 핵탄두만 최소3만7천여기

  • 입력 1998년 5월 20일 07시 37분


최근 인도가 두차례 실시한 핵실험을 계기로 핵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핵무기 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5대 핵강국이 갖고 있는 핵탄두는 3만7천여기. 이것이 한꺼번에 폭발한다면 인류를 25번이나 멸망시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90년대 들어 미소 냉전체제의 붕괴로 핵전쟁의 위협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핵무기 숫자는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옛소련의 핵시설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핵물질이 암거래되고 일자리를 잃은 핵과학자들이 암암리에 제삼국의 핵개발에 참여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전면적인 핵전쟁보다 핵무기를 협박수단으로 한 국지전이나 핵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5대핵강국은96년9월 유엔총회에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통과시켜 핵보유국이 늘어나는 것을 막았지만 이번에 인도가 핵실험을 강행, 제6의 핵보유국임을 과시했다. 파키스탄 이란 이스라엘 등 핵개발 의혹이 큰 제삼세계 국가의 움직임도 큰 변수다.

핵보유 현황을 보면 미국이 1만5천여기, 러시아가 1만3천∼2만여기로 쌍벽을 이룬다. 그러나 러시아의 전술핵은 일부가 우크라이나 등 옛소련에 흩어져 있어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형편. 이외에 중국 프랑스 영국이 2백∼4백여기의 핵탄두를 배치해놓고 있다.

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원폭과 오늘날의 핵무기를 비교하면 파괴력면에서 그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당시 두 도시에서 20여만명의 인명을 앗아갔던 원폭의 파괴력은 TNT폭약 2만t(20㏏) 수준. 오늘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된 핵탄두의 10분의1에서 25분의1 수준이다. 수소폭탄은 파괴력이 이보다 30∼40배 높은 1천5백만∼2천만t(15∼20메가t).

현대 핵무기는 수송장비의 정확성 때문에 더욱 가공할 위력을 나타낸다. 2차대전 때는 B29 폭격기에 싣고 가 공중에서 투하하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요즘은 대륙간미사일 초음속전폭기 핵잠수함 등을 이용해 목표지점을 자유자재로 정할 수 있다. 더구나 첨단 전자장비의 도움으로 요격미사일을 회피하기도 한다.

미국이 92년 9월을 마지막으로 핵실험을 중단하고 다른 나라도 핵실험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미국이 이미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완벽한 모의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 국방부가 몇년 전부터 반도체메이커인 인텔과 손잡고 처리속도가 종전보다 수백배 빠른 슈퍼컴퓨터를 개발한 것이나 캘리포니아주에 18억달러나 들여 2곳의 레이저연구소를 만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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